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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가지도 않고 수임료 1억5000만원 전관이라는 무형의 위력에 붙여진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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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가지도 않고 수임료 1억5000만원 전관이라는 무형의 위력에 붙여진 가격

입력
2016.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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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정운호 사건 통해 드러난

전관들 수임료 규모에 혀 내둘러

“재판도 안 들어가고 1억5,000만원? 난 양심적으로 500만원 이상 못 받을 거 같다. 게다가 구속되고 실형까지 받았는데 절반 정도는 돌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을 맡았던 검사장 출신 H 변호사의 수임료 얘길 꺼내자 서초동의 로스쿨 출신 A 변호사는 쉽게 믿지 않았다. A 변호사는 “서초동에서 개업한 지 3년 차쯤 되면 통장에 마이너스 금액이 1억, 2억원을 찍으면서 사무실 문을 닫는 변호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한해 총 매출이 1억5,000만원만 돼도 보통인데 한 사건으로 그만큼 받는다면 1년 동안 다른 일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은 대개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조사 과정 동석, 드물게 의견서나 증거 자료 제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실질심사 준비를 한다. 기소가 되면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 및 증거에 대한 쟁점별 의견서 작성과 변론, 증인심문 등의 활동을 한다. 하지만 상습도박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사건의 경우 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게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초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5~10년차 변호사들 다수는 상습도박 사건에 대한 적정 수임료를 500만~1,000만원 정도로 봤다. 법정에는 가지도 않은 H 변호사의 수임료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관이라는 무형의 위력에 붙여진 가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운호 대표가 석방되지 않고 실형까지 선고 받았지만 H 변호사가 실패한 게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력 10년 차 B 변호사는 “정 대표의 경우 도박 액수가 워낙 크고 횡령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어서 (횡령이) 걸렸으면 (2심이 선고한) 징역 8개월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라며 “횡령이나 배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만 해도 정 대표에겐 다행”이라고 말했다. 1조원대 상장을 앞둔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는 횡령ㆍ배임 등 기업 범죄로 확산될 경우 입을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대표가 도박비용을 대부분 개인 돈으로 사용해서 기소 당시 횡령 혐의 적용이 어려웠다고 설명하지만 최근 기업 수사로 전환해 회삿돈 사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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