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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시대 만든 면역학 혁명

입력
2016.05.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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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유전자

대니얼 데이비스 지음ㆍ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발행ㆍ320쪽ㆍ1만6,000원

저자 대니얼 데이비스는 맨체스터대학의 저명한 면역학 교수다. 저자는 괴팍하면서도 치열했던 이 분야 연구자(혹은 연구팀)의 분투를 면역 이론과 함께 연구사로 잘 엮어내고 있다. 자칫하면 전문성의 틀에 갇혀 소수만을 위한 책으로 전락할 뻔한 책을 필수 대중 과학서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21세기 현재 인간의 평균 수명이 거의 80세 가까이 다가가고 있지만, 1세기 전만 해도 인간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다. 유럽이나 미국이라고 해도 평균수명은 40세를 조금 넘긴 정도였다. 지난 1세기 무슨 일이 있었기에 평균 수명이 두 배 가까이 늘었을까? 이 책은 그걸 가능케 한 지난 60년간에 걸친 면역학 혁명을 집중 조명한다.

미생물 즉 세균에 의해 병이 감염된다는 것은 오늘날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인류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150년이 채 못 된다. 19세기 후반에 파스퇴르와 코흐 같은 과학자를 통해 확증된 이 사실에 기반해 공중 위생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상ㆍ하수도 시설, 항생제 발견 등으로 영아사망률이 낮아지면서 인류의 수명이 증대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20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체내의 면역 시스템이 우리를 세균에게서 보호할 수 있다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호주의 프랭크 버넷과 영국의 피터 메더워에게 돌아갔다. 메더워는 화상으로 인한 피부이식 과정에서 자가이식의 경우 효과가 좋고 타인의 피부를 이식하는 경우 거부반응이 자주 일어나는 사실에 착안해 면역반응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포의 면역 반응은 개개인의 유전적 구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도 밝혔다. 인체 조직은 외부 물질을 인식하고 유해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버넷은 ‘인간의 면역계가 자기를 비자기와 구별함으로써 작동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으며 항체와 면역, 클론 선택 등에 관한 이론을 정립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DNA 이중나선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 본격적인 분자생물학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곧이어 유전자 혁명도 시작되었다. 일부 연구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와 질병을 일대일로 연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인간에게는 약 2만5,000개의 유전자가 있지만 이 유전자가 전반적으로 비슷해도, 개인적 특징을 부여하는 부분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다양성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면역학에서는 MHC유전자라고 하며 저자는 이를 편의상 적합유전자라고 부른다. 적합유전자의 발견은 면역학 연구의 비약적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저자는 유전자에 대한 통속적 오해와 편견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남들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쁜 적합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해서 면역계에 어떤 서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질병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며 진화하는 과정에서 현생 인류의 적합유전자는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현대생물학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깨달음이다.”유전형에 따른 맞춤치료가 가능해지는 적합유전자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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