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만원~ 멍게 만원~ 가오리도 만원~” 목소리에 박력이 넘친다. 목소리 주인공은 해산물이 담긴 고무대야를 앞에 두고 쪼그려 앉은 할머니. 소리만 들으면 젊은 아낙인 줄 알겠다. 할머니에게 꼬리 잡힌 가오리는 몸통을 뒤틀며 파닥댄다. 제 이름 들먹인 걸 들었는지 씨알 굵은 해삼은 꼼짝도 하지 않고 웅크린다.
미포는 포구다. 해운대해수욕장 오른쪽 끝이 동백섬이고 왼쪽 끝이 미포다. 최고급 호텔과 대형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번화가 포구라서 불야성을 연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해운대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미포는 수수하고 순박하다. 해산물 값도 순박해 기껏해야 만원이다.
미포 해산물 타운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할머니들이 고무대야 해산물을 파는 노점, 반듯한 건물에 입주한 횟집, 회를 파는 대신 술상만 차려 주는 초장집이다. 군데군데 복국집과 대구탕집 등이 있지만 대세는 해산물 노점과 횟집과 초장집이다. 이 셋은 서로를 배려하며 해운대 바닷가 명물 타운을 이루었다.
노점은 새벽부터 열린다. 여섯 시쯤 열려 점심 무렵 파장한다. 반듯한 횟집 영업시간과 겹치지 않으려는 배려다.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횟집은 노점을 묵인한다. 할머니 한 분 한 분 어머니 같고 어머니 친구분 같다. 활어판매장 같은 데서 횟감을 사 온 손님 1인당 4천 원에 상을 차리는 초장집 역시 상부상조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노점 해산물은 모두 자연산이다. 새벽 두세 시 바다에 나가 두어 시간 후 미포로 돌아온 어선에서 부린 것들이다. 고무대야에 담아 파는 해산물은 그때그때 다르다. 붕장어 일색인 날이 있고 문어 일색인 날이 있다. 할머니들은 포구와 맞닿은 노상에 좌판을 차리고 접이탁자를 차려 손님을 맞는다. 목소리에 박력이 넘치는 할머니는 파장이라서 ‘만원’을 외쳤지만 해산물 한 접시는 대개 2만원 안팎이다. 탁 트인 바다와 바다에서 나는 소리는 눈과 귀를 맑게 한다.
횟집은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면 앉을 자리가 없다. 유명배우가 찾아오고 감독과 스태프가 찾아오고 그들을 보러 영화광이 찾아온다. 여기서는 자연산 활어와 해산물, 대게 등을 다룬다. 다소 비싼 집이 있고 매우 싼 집이 있다. 비싼 데는 비싸서 좋고 싼 데는 싸서 좋다. 그렇긴 해도 ‘광어 2만원, 우럭 1만원’ 선전 문구는 보는 순간 구미를 당긴다.
미포에선 초장집도 명소다. 점심때도 붐비고 저녁때도 붐빈다. 회 센터 건물 안에도 있고 건물 바깥에도 있다. 횟감을 들고 가면 초장이며 상추며 밑반찬 상을 차린다. 횟감은 미포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활어판매장이나 노점, 횟집에서 판다. 횟집과 초장집을 겸하는 집도 여럿이다. 바다를 보고 늘어선 초장집은 미포만의 매력이다.
미포는 설경구 주연 영화 ‘해운대’ 중심 무대다. 남녀 주인공은 여기서 사랑으로 설레었고 여기서 사랑을 이루었다. 설경구가 프러포즈하던 유람선은 지금도 매일 수차례 미포와 오륙도를 오간다. 외지 친구를 데리고 미포에 가면 곧잘 머뭇거린다. 회를 먼저 먹나, 유람선을 먼저 타나.
동길산 시인 dgs1116@hanmail.netㆍ부산관광공사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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