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로 지난해 12월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한 방송인 정형돈의 근황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하루였다. 정형돈이 7일 동료 연예인의 결혼식에 사회를 본 소식이 알려져 그의 깜짝 행보에 네티즌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MBC ‘무한도전’에서도 같은 날 그의 빈 자리를 조명해 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정형돈의 빈 자리는 ‘무한상사’를 통해 부각됐다. ‘무한도전’ 제작진이 택한 방법은 병가 처리였다. 이날 전파를 탄 ‘무한상사’에서는 사무실 내 정형돈의 자리에 ‘병가중’이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눈길을 끌었다. 정형돈이 건강 문제로 ‘무한도전’을 떠나 그의 복귀 여부 등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그의 자리를 아예 없애지 않고 빈 채로 나둬 그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더불어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 컵라면 용기와 과자 봉지 등을 잔뜩 늘어놓고 ‘여전히 너저분한 정대리 자리’라는 자막을 내보내 여운을 주기도 했다. 정형돈이 ‘무한도전’을 비운 실제 이유를 콩트에 자연스럽게 녹여 짠한 분위기를 연출한 셈이다. 제작진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프로그램을 떠난 노홍철과 길의 사무실 내 빈 공간을 따로 보여주진 않았다. ‘무한상사’는 유재석·박명수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속 콩트 코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 부장, 차장, 사원으로 저마다의 역할을 주고, 그 사회적 계급 안에서 멤버들의 고민을 풀어내 웃음을 주는 콘셉트다. 2011년 야유회로 시작해 2013년까지 5회가 넘는 특집이 방송돼 예능판 ‘미생’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무한상사’에도 정형돈의 빈 자리는 컸다.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인 황광희가 신입 사원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유재석 등 상사들의 말을 받아주고 갈등을 유발했던 정형돈이 빠져 극적 긴장감이 준 탓이다. ‘무한상사’에서 부장으로 나오는 유재석도 회사에 인력 충원을 요청하며 “부서에 저를 포함해서 지금 다섯 명”이라며 “한 명은 병가로 빠져 있고, 두 명은 아시잖아요”라고 현실적인 고충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무한도전’ 방송에 앞서서는 정형돈이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밴드 장미여관 기타리스트 강준우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본 모습의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정형돈 측에 따르면 정형돈은 강준우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매니저 없이 결혼식장을 찾아 직접 결혼식 진행을 맡았다. 정형돈과 장미여관의 친분은 각별하다. 정형돈은 지난 2015년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윤장현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맡은 적 있다. 정형돈이 오랜 만에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형돈 측은 “아직 정형돈의 방송 복귀 움직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형돈의 근황과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 그의 빈 자리를 확인한 네티즌의 그를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표현한 글이 시간대별로 쉼 없이 올라왔다. 네티즌은 ‘‘무한상사’에 정형돈 자리 있고 병가 중이라고 해준 거 괜히 찡하다. 계속 기다릴 거고...언제라도 좋으니 병이 다 낫고 돌아왔으면 좋겠다’(zhx***), ‘정대리 갈치색 정장 보고 싶다’(anim***), ‘마음이 짠하다’(jott***)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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