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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보유국 선언하며 “선제 불사용”… 파키스탄식 核 묵인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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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보유국 선언하며 “선제 불사용”… 파키스탄식 核 묵인 노려

입력
2016.05.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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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핵실험 보류 등과 맞물려

對中관계 개선ㆍ美 의중 떠보기

한미와 협상 의도는 없는 듯

유화 메시지 통한 대화 의도는

비핵화 협상 아닌 핵 군축 협상

북한이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뿔테 안경을 쓰고 회색 넥타이와 검은색 줄무늬 양복차림의 김정은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뿔테 안경을 쓰고 회색 넥타이와 검은색 줄무늬 양복차림의 김정은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의 선제불사용 등 일부 유화적 메시지를 낸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초점을 흩트리면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당 대회 전 보류했던 5차 핵실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어, 대화와 도발 카드를 동시에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화 메시지 뒤엔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어 실질적인 대화 국면이 전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6~7일 이틀간 진행된 사업총화 보고에서 밝힌 핵의 선제불사용과 핵전파방지의무(비확산)는 북한이 2013년 제정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에 담은 내용으로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올 3월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한 후 여러 차례 선제 핵타격을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여온 것에 비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당대회 토론에 나선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의 핵공격 강성 발언을 일부 삭제 보도해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7일 내보낸 방송에 따르면, 리 참모장은 “최고사령관 동지가 명령만 내리면 인민군대는 원수들의 정수리에 선군조선의 핵 뇌성을 터칠 것이며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 작전을 단숨에 결속하고 미국이라는 땅덩어리 자체를 지구 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내보낸 당 대회 녹화 방송과 8일자 노동신문에는 리 참모장의 발언 중 이 부문만 삭제돼 있다.

북한의 이런 제스처는 5차 핵실험 보류와 맞물려 당 대회 이후 국면 전환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주장하는 대화 재개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여 북중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의사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유화 메시지를 통해 갈구하는 대화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군축 협상이란 게 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하면서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인 전략노선으로까지 제시했다. 북한에겐 ‘핵기술 전파’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대가를 챙기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핵 포기 자체는 아예 계획에 없는 것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라는 한미의 입장과 정면 배치돼 북한 의도대로 대화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북한도 당장 미국이나 우리 정부와 협상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핵능력을 고도화시켜 핵 위협과 유화 공세를 교차로 되풀이하면 “북핵을 어쩔 수 없이 묵인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국제 여론이 형성돼 ‘파키스탄 모델’처럼 암묵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내년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언제든지 다시 핵실험 도발에 나서 핵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릴 가능성도 크다. 자신들의 핵 위협이 결국 핵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적이 없던 파키스탄과 달리, NPT 체제 내에 포함돼 있어 핵 보유국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의 NPT 이탈을 인정할 경우 NPT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유엔 안보리 결의다”며 “북한이 허황된 착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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