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득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5년 전 갑자기 생리량이 늘고 생리통까지 심해져 집 근처 산부인과를 찾은 김모(43)씨는 검사를 통해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자궁을 제거해야 하므로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우리 병원을 찾은 김씨는 자궁을 제거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자궁근종색전술을 받았다. 김씨는 지금까지 재발도 없이 정기 검사만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근종으로 진단 받은 여성은 지난해 30만 명이 넘었다. 2011년 26만 여명에서 4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 40대가 14만2,86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가 8만2,028명이었다. 30대도 5만6,000여명으로 파악됐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에 생긴 양성 종양으로 가임 여성의 20~40%에서 발견된다. 주로 생리기간이 길어지고 생리량도 많아진다. 또, 심한 생리통과 잦은 오줌(빈뇨), 하복부 불쾌감 등을 일으킨다.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자궁근종은 수술로 자궁을 제거한다. 하지만 전신마취와 수술로 회복하는데 오래 걸리고, 자궁을 없애면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임신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자궁근종색전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궁근종색전술은 첨단 X선 장비를 이용해 1㎜의 관을 샅을 통해 자궁동맥에 넣어 모래알만한 플라스틱 입자로 근종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근종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근종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해 굶어 죽게 만드는 셈이다. 이 시술은 자궁을 보존할 수 있으면서, 입원기간도 짧아 환자 회복도 빠르다. 근종이 여러 개라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시술 후 90% 이상에서 근종이 완전히 괴사돼 과다 월경증이나 생리통, 하복부 불쾌감 등의 증상이 없어진다. 그만큼 안전하며 성공률이 높은 시술이다. 근종 제거술 후 재발한 근종에 효과적이다.
자궁근종색전술은 근종제거 수술에서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 자궁동맥을 막는 방법으로 사용하다 근종 제거 효과가 증명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았다.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가 이 시술을 받으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자궁근종 환자에게 색전술은 낯설다. 미국의 경우 한 해 20만 명 정도가 자궁근종을 원인으로 자궁제거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3만 명 정도가 자궁근종색전술을 받고 있어 자궁 근종 치료의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년에 500명 정도만이 색전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근종 발병인구를 고려했을 때 여전히 국내에서는 근종 치료에 있어 수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궁근종색전술은 시술 후 통증이나 구토, 미열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드물게 감염도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2008년 자궁근종색전술을 받은 환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효과적이며 안전한 시술로 평가했다. 자궁근종색전술은 증상이 있는 자궁근종에서 자궁을 보전하며 짧은 입원기간으로 빠른 사회복귀를 기대할 수 있는 우수한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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