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 제1위원장이 7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에 새로 추대된 것은 조부 김일성 주석 따라 하기를 통해, 당을 중심으로 유일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당’의 새로운 역사 만들기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9일 폐막한 당 대회에서 김 제1비서가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TV가 밤 늦게 녹화방송을 통해 보도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편단심 높이 받들어 나아가는 길에서 모든 승리와 영광을 맞이할 당과 신념과 의지는 확고 부동하다”며 “전체 대회 참가자들과 온 나라 당원들, 인민군 의사를 담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 대회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노동당 위원장’ 은 1949년 6월30일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이 당 대회 없이 제1차 전원합동회의를 개최,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하면서 임시로 만들어진 직책이다. 당시 노동당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부위원장에는 박헌영과 허가이가 각각 선출됐다. 김 제1비서가 67년 전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직책을 부활시킨 것은 김일성 주석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부의 권위를 빌어 자신의 권력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이자, ‘제2의 김일성’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노동당 위원장 직책을 그다지 오래 수행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노동당 위원장은 김정은을 위해 '최고 수위' 직책으로 신설된 것이란 견해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1자’가 붙은 직책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위원장이란 직제를 신설한 데 주목해야 한다”며 “김정은이 당의 유일한 최고 책임자임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제1비서는 비서국에 국한된 느낌"이라며 "당 위원장은 당 전체를 이끄는 유일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운영전략을 당 중심으로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당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당 국가체제를 완성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노동당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수를 늘린 것도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양 교수는 “박봉주 내각총리와 최룡해 당 비서 등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추가해 공석을 채운 것은 이제부터 당이 모든 걸 다 해나가겠다는 뜻”이라며 “5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군 출신은 황병서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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