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총책 리만건도 고속승진
최룡해 등 軍보다 黨 중시 인사
김여정, 중앙위위원 상위에 이름
“권력 수뇌부 등극은 시간문제”
대외 라인 리수용ㆍ리용호도 약진
“선군(先軍)에서, 선핵(先核), 선경(先經), 선당(先黨)으로”
10일 오전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제7차 노동당 대회 기념 군중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김정은 정권의 새 진용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을 통해 못 박은 ‘핵 경제 병진노선’을 인사에서도 철저하게 구현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파격 인사 대신 안정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정책을 보위할 인물들에 대해 승진 잔치를 벌였다”고 총평 했다.
‘핵 ? 경제 ? 청년’ 김정은 브랜드 집행할 트로이카
이날 주석단에서 가장 눈에 뛴 인물은 박봉주(77) 총리였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중 최고령인 김영남(88)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장의 축하 연설이 25분 가량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은 박봉주와 대화를 나누다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수 차례 포착됐다. 박봉주는 경공업부장 출신으로 국가계획위원장까지 지낸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이번에 새롭게 상무위원에 진입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진두 지휘하는 경제사령탑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박봉주가 군부 인사들이 주로 포진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포함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군사 경제를 민간 경제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당 대회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한만큼, 경제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핵 개발 총책인 리만건 군수공업부장이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당 정치국 위원으로 ‘고속승진’ 하고, 비서국 대신 신설된 보위 조직인 정무국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이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해석 될 수 있다. 리만건은 김 위원장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할 때마다 동행한 인물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수차례의 숙청에도 오뚝이처럼 부활한 최룡해(66) 정무국 부위원장도 저력을 과시했다. 선군에서 선당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인사의 대표적 인물이란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치국 위원 등 전반적으로 당 중시 인사가 약진했고, 군 인사들은 퇴진 기조로, 선군 물 빼기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군중 퍼레이드 도중 청년 부문이 시작되자, 황병서(67) 총정치국장 너머에 있던 최룡해를 일부러 찾아가 아는 척을 했다. 청년 근로단체 담당이던 최룡해를 통해,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청년 중시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통인만큼 대중 특사 역할론을 부여받을 수 있다. 평소에도 김 위원장 앞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황병서는 화들짝 놀라 물러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리수용, 리영호 등 ‘新 권력’ , 김여정 ‘승진 0순위’
이번 지도부 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는 드물었고, 파격 인사도 없었다. 그럼에도 리수용 외무상 등 대외 라인에서 신진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리수용은 정치국 위원 8번째로 호명됐고, 정무국 부위원장에도 선출됐다. 엘리트 외교관으로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외무성 부상인 리용호도 정치국 후보위원에 안착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리수용이 제네바 대사 시절, 스위스 유학 중인 김정은의 집사 역할을 했다. 인간적 친분도 작용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백두혈통으로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부장은 처음으로 중앙위 위원 상위 순번에 이름을 올렸다. 장관급 승진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숨은 권력자인 김여정의 권력 수뇌부 등극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다. 이날 주석단에 등장한 김 위원장이 어린이에게 전달 받은 꽃다발을 옆에 서 있던 김여정에게 넘겨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환한 표정의 김여정은 오빠를 보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김 위원장 옆에서 ‘귓속말 보고’로 실세임을 과시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중앙위원에 진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남총책' 김영철은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 등 3개 타이틀을 달며 몸값을 높였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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