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이렇게나 무기력…” 질타
“눈치 보는 예속물 안 되게” 당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4ㆍ13 총선 참패 이후 무기력한 새누리당을 향해 “지금 도대체 당이 있느냐”며 “반성도, 책임도 없다”고 일갈했다. 10일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누리당 초선 당선자를 대상으로 가진 연찬회 특강에서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 전 의장은 부산 영도에서 5선을 했으며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에 대해 “국민을 우습게 본 당 지도부 때문에 보수 정당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도 책임 지는 사람도, 새로 태어나겠다는 결의도, 움직임도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선장을 정하기는커녕 설계도조차 그리지 못한 채 논의가 지지부진한 ‘비상대책위원회 논쟁’을 그 예로 들었다. 김 전 의장은 “총선 뒤 한 달이 지나도 비대위를 만들지 않을 거면 구성을 안 하는 게 낫다”며 “차라리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나 꾸리라”고 꼬집었다. 당 혁신이나 쇄신은 뒷전이고 물밑 당권 경쟁에 매몰된 모습을 비판한 말이다.
당일치기로 열린 연찬회를 두고도 김 전 의장은 “쇼로 보일지 몰라도 3일은 금식과 철야를 하면서라도 흉금을 트고 뼛속까지 반성해야 한다”며 “아직 보수정당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이렇게나 무기력하니 정말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반성 없는 180석보다는 반성하는 120석이 차라리 낫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은 후배 당선자들에게 “의원이 정당의 눈치를 보는 예속물이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의원 선서에도 헌법을 준수하고 양심에 따르라고 돼있지 정당은 없다”며 “정당과 당론에 사로잡힌 정파 대결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그는 당청 관계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힘이 셀 때는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달라’는 (대통령의) 말이 ‘말 잘 듣는 국회로 만들어달라’로 들리더라”며 “국회는 행정부가 말하는 일을 하는 국회가 아니다. 이제 (임기 후반이니) 대통령의 힘도 빠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날 김 전 의장은 원고 없이 약 1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김 전 의장의 특강에 지상욱(서울 중ㆍ성동을) 당선자는 “굼뜨고 오만하고 무신경한 공룡인 지금의 모습에서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보수 정당이 소멸할 위기라는 말씀에 전율이 느껴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이정현 의원도 당선자들 앞에서 “서울에서는 국회의원, 지역에서는 심부름꾼이라는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라”며 “부지런하면 재선이 되고 게으르면 전직 의원으로 끝난다”고 조언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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