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갑질 물의를 일으킨 박규선 전 대전예지중ㆍ고 이사장 겸 교장과 친분관계를 의식해 재단 측의 학교 파행 행태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1일 예지중ㆍ고 및 정상화추진위 등에 따르면 최근 예지재단 측에서 지난 2월 서명한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번복하는 등 예지중ㆍ고의 파행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기관인 시교육청은 평생교육법과 시행령 적용에 따른 한계를 들며 합의사항에 담긴 재단 이사회 정관 개정 등 정상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예지중ㆍ고 교사와 재학생, 졸업생 사이에선 설 교육감과 박 전 교장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시교육청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하고 있다.
실제 본보 취재 결과, 설 교육감과 박 전 교장은 유성 효교육원 효지도사 1기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효교육원을 매개로 설 교육감은 박 전 교장이 마련한 각종 행사에 수시로 참석했다. 박 전 교장은 효지도사 회원 가운데 설 교육감을 포함해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을 학교로 초청해 신년 축하행사를 열었다. 2013년 12월에는 설 교육감이 예지중ㆍ고에서 명사특강을 하기도 했다.
2014년 1월에는 박 전 교장이 설 교육감의 출판기념회 책값이라며 교직원들에게 예비비에서 100만원을 달라고 요구, 현금으로 받아갔다. 박 전 교장은 또 당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출판기념회에 가라고 강요해 상당수가 다녀왔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선거 이후에도 설 교육감과 예지재단 측의 관계는 긴밀했다. 박 전 교장은 그 해 6월 지방선거 직후 설 교육감 등을 초청해 당선자 축하파티를 열었다.
박 전 교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박노귀 이사는 지방선거 당시 설동호 후보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다. 그리고 설 교육감 당선 직후 박 전 교장은 박노귀 이사를 예지재단 이사로 추천, 이사진에 합류했다.
2015년 1월 시교육청은 당시 박 전 이사장이 당연직 이사 삭제 및 이사장ㆍ교장 겸임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사진을 마음대로 꾸리게 해 달라는 재단의 요구를 교육청이 승인한 것이다.
또 설 교육감 당선 직후 박대범 교육감직인수위원장의 수행비서가 예지중ㆍ고의 행정실 기획실장으로 채용됐다. 박노귀 이사는 기획이사라는 명칭으로 교내 학습공간을 자신의 사무실로 꿰찼다.
정상화추진위 한 관계자는 “박 전 교장은 툭하면 설 교육감과 아주 친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 친분 때문에 정상화를 방관하고 있느냐”고 원망했다.
설 교육감은 이와 관련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강이나 행사 등은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박 전 교장과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노귀 이사가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에 대해선 “선거사무소에 왔다갔다한 것은 봤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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