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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양키스를 꿈꾸다

입력
2016.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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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2사 만루, 삼성 백정현이 LG 오지환을 포수 낫아웃으로 돌려세운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2사 만루, 삼성 백정현이 LG 오지환을 포수 낫아웃으로 돌려세운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에 비치된 삼성 라이온즈 의류들. 김형준 기자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에 비치된 삼성 라이온즈 의류들. 김형준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를 꿈꾼다?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지난 시즌까지의 모습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하지만 중하위권을 맴돌다 이제 막 중위권으로 복귀한 올해의 성적을 떠올리면 왠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그러나 시선을 ‘마케팅’으로 돌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새 유니폼 출시와 함께 내놓은 구단 상품의 철학은 여느 메이저리그 구단 못지 않다.

삼성은 올해 신축 홈 구장인 대구 라이온즈 파크(이하 ‘라팍’) 개장에 맞춰 새 디자인의 유니폼을 내놨다. 2008년 이후 8년 만에 출시한 새 디자인의 유니폼은 기존 핀 스트라이프가 사라지고 푸른색 바탕에 흰색이 강조돼 한층 심플해졌다. 여기에 삼성이 프로야구 원년 시절 썼던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줘 눈길을 끌었다. 삼성과 빈폴아웃도어가 긴 협업 끝에 야심 차게 내놓은 새 유니폼에 팬들의 초반 반응은 엇갈렸다. 세련되고 깔끔해졌다는 긍정론과 지나치게 단조로운데다 붉은색 포인트가 팀 정체성을 해친다는 부정론이 맞섰다.

하지만 개막 후 팀 스토어 등을 통해 새 유니폼의 실물을 접한 팬들이 늘어나자 부정론은 점점 사라졌다. 오히려 유니폼은 물론 새로 출시된 맨투맨 티셔츠나 후드 티 같은 의류 라인에 대한 칭찬까지 더해져 입소문을 탔다.

그래서인지 개막 후 최근까지 ‘라팍’ 내에 위치한 팀 스토어는 매 경기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새 구장이 개장하며 새롭게 오픈한 이 곳은 의류 전문 매장 뺨치는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로 야구팬들 사이에선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김동조씨는 “홈 경기가 없는 날은 물론 경기가 아예 없는 월요일에도 꽤 많은 야구 팬들이 상품 구매를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했다. 새 유니폼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김 대표가 기대했던 수준을 크게 웃돈다. 타구단에 비해 높은 가격대, 시즌 초반의 부정론 등은 결국 기우였던 셈이다.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김형준 기자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김형준 기자

20대 아들과 함께 팀 스토어를 찾은 권정숙(57·경북 안동시)씨는 두 장의 새 유니폼과 선수 이름을 새기는 값까지 포함해 그 자리에서 258,000원을 결재했다. 삼성 창단 때부터 팬이었다는 그는 “지금까지 나온 유니폼 중 가장 예쁘고 세련됐다”면서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다른 옷을 사는 데는 아껴도 이 유니폼은 꼭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는 정유리(25)씨는 이날 새로 나온 반팔 티셔츠를 커플티 삼아 구매했다. 정씨는 “야구장이 아닌 일상에서도 함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인데다 한 장 당 3만원대의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됐다”며 "삼성 구단 상품이라기보다 야구장 콘셉트의 일반 의류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에 비치된 삼성 라이온즈 의류들. 김형준 기자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에 비치된 삼성 라이온즈 의류들. 김형준 기자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에 비치된 삼성 라이온즈 의류들. 김형준 기자
4월 22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내 팀 스토어에 비치된 삼성 라이온즈 의류들. 김형준 기자

의류 구매에 있어 깐깐한 기준을 가진 여성 팬들의 이 같은 반응은 삼성의 새 유니폼의 디자인을 주도한 신미경 빈폴아웃도어 디자인실장이 수도 없이 머릿속에 그려왔던 모습이다.

신실장이 새 유니폼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지난해 봄이었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약 1년여의 기간 동안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선수들이 최대한 가볍고 쾌적하게 경기할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 등을 연구해 적용했다. 신씨는 여기에 한가지를 더 고려했다. 바로 사업화다. 약 3년 전부터 미국, 일본 시장을 벤치마킹 하면서 삼성 라이온즈 의류의 헤리티지 사업화를 꾀했다. 그는 “미국 등 스포츠 선진국들을 가보면 구단 상품들이 일상에서 꾸준히 소비되고, 매장도 경기장에만 있는 게 아닌 도심 곳곳에 있다”며 “우리의 목표도 삼성 라이온즈의 상품들이 양키스처럼 팬들의 일상 속으로 더 파고드는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국내 프로스포츠 머천다이징 시장이 이제 막 성장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매출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괜한 기대가 아니다. 시즌 초반 새 유니폼을 비롯한 의류 라인의 매출 규모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신씨는 “새 시장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롯데 백화점 대구점에 삼성 라이온즈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김형준 기자
지난 4월 한 달간 롯데 백화점 대구점에 삼성 라이온즈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김형준 기자

구단에서 기획한 문화 행사 상품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팀 스토어 관계자는 “새로 나온 의류들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홈경기가 끝난 뒤 열리는 클럽파티‘금토는 블루다’행사 덕에 20~30대 젊은 층의 구매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유니폼 몇 장, 티셔츠 몇 장이 더 팔린 데 주목하기 보다는 야구장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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