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캄보디아의 유명 유적지 앙코르와트 근처에서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가던 코끼리가 쓰러져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40~45세로 추정되는 고령의 나이로 40도가 넘는 무더위에 일하다 죽은 코끼리 ‘삼보’ 소식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코끼리 관광 중단 청원에 동참한 사람들도 10만 명이 넘는다.
국제적인 비판이 이어지자 해당 관광업체는 날씨가 서늘해질 때까지 코끼리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학대 없는 코끼리 관광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에게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상품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코끼리의 열악한 노동환경뿐 아니라 잔혹한 훈련 과정을 문제로 지적한다.
동물전문매체 도도에 따르면 코끼리는 쇼나 인간을 태우고 걷는 트래킹에 동원되기 위해 새끼 때부터 야생성을 없애고 사람을 두려워하도록 길들이는 잔혹한 훈련 과정을 거친다. 새끼 코끼리는 야생에서 불법 포획된 개체이거나 사육되는 코끼리가 낳은 새끼들로 어린 나이에 어미와 강제로 떨어지게 된다.
새끼 코끼리들은 어미와 떨어지자마자 약 일주일간 좁은 틀에 갇혀 네 발과 몸통이 모두 묶인 채 밤낮없이 매질을 당한다. 어떤 음식과 물도 없다. ‘파잔 의식’이라 불리는 고문과 같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코끼리는 점점 본성을 잃고 사람에게 복종하는 코끼리로 변해간다.
이 가운데 많은 코끼리들이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탈수와 심각한 부상, 스트레스로 인한 충격으로 죽는다. 살아남은 코끼리들은 태국,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라오스 등에서 코끼리 트레킹과 쇼에 이용된다. 동남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도 주 고객이다.
해마다 얼마나 많은 코끼리가 파잔 의식을 거치는 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불법으로 코끼리를 포획해 어린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이 관습은 아시아 코끼리 개체 수를 위협하는 주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태국의 경우 야생 코끼리를 잡는 것은 불법이지만, 일단 사람에게 길들여진 코끼리들의 경우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형주 동물보호 활동가는 “동남아 여행을 갈 때 코끼리 트래킹이나 공연 같은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고통 받는 코끼리를 돕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여행상품에 코끼리 관광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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