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통령 “국가 비상”이어
“외세 개입”주장… 기업 몰수 선언
브라질에 이어 남미 좌파 블록의 중심 국가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가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유가 폭락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개시되자마자 남미 좌파 블록 전체로 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AP통신 등에 의하면 마두로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기업 몰수를 선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이바라 광장 연설에서 “가동 중단 상태인 공장을 몰수하고 공장 소유주들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위기의 원인은 외세의 개입”이라고 정의하고 해외 국가들의 위협에 맞서는 군사 훈련을 명령했다. 이번 명령은 전날 발표한 ‘전면적 국가비상사태’의 후속 조치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비상사태는 60일간으로 예정돼 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 2017년까지 연장하면서 현 탄핵 정국을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본가들이 마비시킨 생산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태업을 통해 생산을 중단하고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자는 모두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 맥주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식품ㆍ음료 제조사 폴라그룹은 “맥주 원료인 맥아보리를 수입할 외환이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하겠다”며 정부 정책을 정면 비난했다. 폴라그룹 소유주 로렌소 멘도사는 마두로 정권에 공공연히 반대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야권이 강력반발하고 있는데다, 시위도 잇따르고 있어 베네수엘라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총선 승리 이후 주민소환 등 다각도로 마두로 정권 축출을 준비하고 있는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악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 앙리케 카플릴렉스는 “벌써 180만명의 국민들이 탄핵 투표에 서명했다”면서 탄핵 가능성을 확신했다.
살인적 인플레ㆍ약탈ㆍ시위로 몸살
野 “탄핵 막으려 비상사태 악용”
마두로 정권의 지지율 하락은 경제난이 부채질하고 있다. 식료품과 기초 생필품 부족에 암시장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약탈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인권단체 ‘베네수엘라 사회적 충돌 관측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107건의 약탈이 발생했다. 지난 12일에는 타치라 주(州)에서 군중 100여 명이 두루마리 휴지, 소금, 샴푸 등을 실은 생필품 트럭을 덮쳐 약탈했다. 밀가루 운송 차량 습격, 국영 슈퍼마켓 떼강도 사건 등도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약탈자들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반정부 시위도 더욱 격화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2013년 집권 이후 벌써 43명이 시위 도중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 측은 “약탈자들은 물건을 되팔아 돈을 벌려는 밀수꾼”이라며 서민들의 궁핍한 삶과 분리시켜 해석하고 있지만 야권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절박한 사람들을 약탈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우방국인 쿠바와 니카라과, 볼리비아에 후원금까지 제공할 정도로 부를 누렸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이 2013년 암으로 사망하고 현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저유가에 발목을 잡혔다. 2015년 베네수엘라 인플레율은 180.9%을 기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인플레율을 725%로 예측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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