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겐 낯익은 풍경이 누구에겐 낯선 풍경이다. 누구는 매일매일 보는 풍경이 누구는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귀하다. 길도 그렇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걷은 길이라도 어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길이다. 모든 길은 귀하다.
해운대 동백섬을 감싼 길 역시 귀하다. 인근 주민 산책길이라 닳고 닳았을 것 같아도 해운대에 처음 오는 관광객은 가이드를 앞세워 찾는 길이다. 초대형 크루즈를 타고 중국 관광객이 단체로 찾는 날은 가이드 깃발이 버스 행렬처럼 이어진다. 휘어지는 귀퉁이 너머 무엇이 있을까. 가슴 두근대는 소리가 중국인들 두런대는 소리보다 높다.
섬은 동백꽃을 닮아서 둥글다. 섬을 감싼 길도 둥글어 어느 길로 가든 처음으로 돌아온다. 사람의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 길로 가든 처음으로 돌아가는 사랑. 둥근 길을 걸으면 둥글지 못해 처음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랑이 떠오른다. 동백섬 둥근 길은 둥글지 못한 나의 심성을 나무라는 길이다.
동백섬 해안산책로 시작은 두 군데. 산책길 주민은 대개 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걷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대개 섬 왼쪽 갯바위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걷는다. 부산역에서 시티투어 2층 버스를 타고 동백섬에서 내린 외지인이라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걷는 코스가 좋다. 동백섬에서 갯바위를 거쳐 해수욕장으로 가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인어상과 전망대 갈림길 이정표에서 전망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
시티투어버스는 공공기관인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용한다. 공익성이 높아 요금 대비 대단히 경제적이다. 1만5,000원 하는 1일 이용권으로 환승하고 또 환승해 부산 전역 관광지를 종일 다닐 수 있다. 5세에서 고교생까지는 8,000원이다. 투어 코스는 셋이다. 부산역에서 해운대를 오가는 레드라인, 해운대에서 용궁사를 오가는 블루라인, 용호만에서 오륙도를 오가는 그린라인이다. 레드라인은 2층 버스가 다니고 다른 라인은 2층 버스가 다닐 여건이 되지 않아 1층 버스가 다닌다. 영도·태종대 코스는 요금이 별도다.
동백섬 해안산책로에는 명물도 여럿이다.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린 누리마루하우스, 가짜 등대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등대전망대, 신라 대문호 최치원이 바위에 새겼다는 해운대 석각, 갯바위를 따라 아슬아슬 연결된 나무데크, 그리고 총각들의 영원한 로망 인어상이다. 그러나 진짜 명물은 동백섬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구름이다. 바다와 구름을 빼면 ‘해운’도 없다.
수평선은 언제 봐도 희한하다. 저게 직선일까 곡선일까. 어떻게 보면 직선이고 어떻게 보면 곡선이다. 세상 잣대론 재지 못할 선이다. 그래서 동백섬 등대전망대에 보는 수평선은 그 자체로 귀하다. 구름과 수평선의 공존도 귀하다. 구름은 아무리 두터워도 수평선을 짓누르지 않고 수평선은 두터운 구름을 이고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구름과 수평선 같은 사람 관계는 또 얼마나 귀한가.
동길산 시인 dgs1116@hanmail.netㆍ 부산관광공사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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