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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걸 크러쉬’ 박성현에 대해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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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걸 크러쉬’ 박성현에 대해 몰랐던 것들

입력
2016.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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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넵스)
박성현(넵스)

Lucete(루케테).

수줍은 미소가 매력인 ‘장타여왕’ 박성현(23ㆍ넵스)의 왼쪽 손목에는 의외로 라틴어 문신이 새겨져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기간 중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박성현은 문신에 대해 “‘밝게 빛나라’는 뜻이다”며 웃었다.

박성현은 “약 3년 전 2부 투어에 있을 때 일이 잘 안 풀려 새긴 문신이다”며 “다들 힘들 때 의미 있는 말들을 해보지 않나. 비슷한 맥락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혹시 이름의 끝자인 ‘현’과도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맞다. ‘밝을 현(炫)’의 느낌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현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그는 다승(3승)과 상금(4억767만5,000원), 평균최저타수(69.47타), 드라이버 비거리(267.31타), 톱10 피니시율(80%ㆍ4/5)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투어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시간은 있었다. 박성현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2부 투어에서 뛰면서 컷탈락과 중위권 성적을 여러 차례 기록했다.

박성현은 “2부 투어에 있을 땐 한 달에 한 번, 아니 3주에 한 번 정도 간격으로 염색을 했다. 안 해본 색이 없을 정도로 자주 했다”며 “스트레스를 머리에 풀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기분 전환도 되더라. 내성적인 성격인 데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그런 소심함이 조금은 없어지는 느낌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KLPGA 대상 시상식에서도 박성현은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어깨를 다 드러낸 검정색 드레스로 섹시미를 뽐냈다. 귀여운 외모에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그가 그런 의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보기보다 개성이 강한 것 같다’고 하자 박성현은 다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박성현은 성격과 관련한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살롱파스컵 출전을 위해 일본에 머무를 때 낯을 가리고 숫기가 없는 성격 탓에 어색하게 있었는데 안선주(29), 이보미(28ㆍ마스터즈GC) 등 언니들이 먼저 말을 걸어와 주셨다. 덕분에 편안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성현은 처음 출전한 JLPGA 투어 대회에서 공동 8위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당시 이보미는 인스타그램에 “오랜만에 만난 남달라 성현이. 언제 봐도 귀엽구나”라며 박성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성현은 TV시청을 즐기지 않지만, 영화는 틈날 때마다 본다. 또래 여성들처럼 감수성이 풍부하다. 필드에선 넘치는 카리스마로 갤러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평소엔 여성스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모두 박성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동료는 물론 선후배 관계도 좋다. 박성현은 “최민경(23ㆍ하이트진로), 서하경(23ㆍ핑골프웨어) 프로와는 친한 친구다”며 “선배 중에는 이정민(24ㆍBC카드), 조윤지(25ㆍNH투자증권) 등 프로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신다. 좋아하고 따르는 언니들이다”고 밝혔다.

그는 올 시즌 목표와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박성현은 “초반 3승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퍼팅이 좋아야 타수를 많이 줄일 수 있는 데 우승한 대회에선 퍼팅이 좋았다. 아울러 자신감도 많았다”고 얘기했다. ‘신지애(28ㆍ스리본드)의 KLPGA 단일 시즌 최다승(9승) 경신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9승은 너무 큰 욕심인 것 같다. 4승째는 언제 올리게 될지 모른다. 일단 목표인 5승을 바라보고 가야할 것 같다. 목표에만 충실하면 좋은 기록이나 수상 같은 것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박성현은 본지와 신년인터뷰에서 겨울훈련 때 어프로치와 벙커샷 연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보단 확실히 좋아졌다. 올해는 세이브 확률도 높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전지훈련에서 약점을 잘 보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있다. 박성현은 “종종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있다. 급하게 칠 때가 많은 데 그럴 때 실수도 잦다. 이번 대회에서 더블보기가 몇 차례 나온 것도 그래서다. 실수 후 샷도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체력과 정신력 중 중요한 하나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5대5인 것 같지만, 그래도 체력을 꼽겠다. 체력이 약해지면 정신력도 흔들린다. 앞으로 KLPGA 투어 대회가 많이 남았고, 해외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인 만큼 체력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올해 한미일 투어를 모두 경험한 그는 “미국은 코스가 확 트여있었다. 편하게 칠 수 있었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주눅 들지는 않았다. 미국 선수들도 한국 선수에게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반면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를 유독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당초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회 코스들은 나무도 많고 좁다는 말을 들어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가서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한 번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선 “솔직히 국내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언어적인 부분도 있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늦은 편이어서 그렇다. 미국은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데 그런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해외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는 말은 쉽게 못 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박성현은 ‘외국어 공부도 손을 놓은 상태인가’라는 기자의 농담에 “영어 공부는 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만 뒀다”며 “물론 다시 해야 할 것 같긴 하다”고 밝게 웃었다.

오는 19일에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열린다. 박성현은 “사실 매치플레이 방식을 좋아한다. 지난해에는 토너먼트에서 일찌감치 떨어졌지만, 올해는 잘 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샷, 퍼팅이 좋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서 그는 “어느 대회나 한결같은 자세로 임하자는 생각이다. 대회에 나가면서 특정 컬러 옷을 입거나 하는 습관도 없다. 매 대회 같은 마음으로 임할 뿐이다. 우승상금이 많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한결같은 골퍼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잘하다가도 내려오는 선수들이 많다. 나도 물론 그런 적이 있다. 꾸준하며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런 부분을 훈련할 때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골퍼로서 최종 꿈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 비해 일본이나 미국 투어에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일본만 보더라도 이지희(38ㆍ진로재팬) 프로님 등 오래 투어를 뛰시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래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부연했다.

박성현은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클럽하우스 로비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한 여성팬이 사인을 받기 위해 박성현에게 다가왔다. 박성현은 요즘 말로 분명 ‘걸 크러쉬(Girl Crushㆍ여성이 여성에게 환호하는 현상이나 그러한 환호를 유발하는 여성)’였다.

글ㆍ사진=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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