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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한... 국내 유일 풍자 코너 지켜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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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한... 국내 유일 풍자 코너 지켜주실 거죠?

입력
2016.05.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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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 ‘1대1’ 코너

높은 전셋값 등 사회문제 풍자

시청률 상승 이끌며 화제 불구

어버이연합이 “명예훼손” 고소

시청자, 외압에 폐지될까 우려

KBS2 ‘개그콘서트’의 ‘1대 1’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이상훈. KBS 제공
KBS2 ‘개그콘서트’의 ‘1대 1’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이상훈. KBS 제공

문제 하나. ‘농작물의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인체에 사용하면 유해한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약’이라는 답을 떠올리겠지만 ‘기호0번’ 이상훈(34)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설명만 듣고선 이렇게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지난 3월부터 개그맨 이상훈이 KBS2 개그콘서트 ‘1대 1’ 코너에서 선보이고 있는 정치ㆍ사회 풍자개그가 화제다. 총선 출마자라는 컨셉트에 맞게 ‘계파갈등’ ‘막장국회’ 같은 정치풍자를 주로 하더니 최근엔 ‘높은 전셋값’ ‘어버이연합’ 등 풍자의 대상을 사회문제까지 넓혀가고 있다.

예를 더 들면 이런 식이다.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며 스스로 그대로 믿는 것(허언증)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선거공약!”, 하나를 가르면 둘로 분열되는 것(폴라나리아)이란 질문엔 “야당!”이라고 내뱉는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뜸 “악!”하고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포복절도를 하면서도 어느새 그가 말한 ‘오답’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반응도 뜨겁다. 지난 1일 가습기 살균제를 다루면서 “사과 끝”이라며 해당 업체를 희화화하자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는 뜻의 유행어) 개그맨” “뼈있는 (풍자)개그 참 오랜만이네요”란 응원이 쏟아졌다. ‘노잼콘서트’란 악평에 시달리며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하던 ‘개그콘서트’가 최근 두 자리 수 시청률로 복귀한 데엔 이상훈의 공이 크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통쾌하긴 하지만 이상훈씨 걱정되는 게 사실” “오늘만 사는 개그맨” 이란 표현으로 시청자들이 지레 걱정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자개그를 선보이고 있는 ‘개그콘서트’ 가 또 한 차례 외압에 의해 휘청거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과거 풍자개그 코너들이 잇달아 곤욕을 치르며 폐지 수순을 밟았던 걸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지난해 이완구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정부의 미흡한 메르스 대응 등을 비판했다가 외압 의혹에 시달리며 결국 7개월 여 만에 폐지됐던 ‘민상토론’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보수 민간단체 어버이연합은 이상훈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단체는 지난 8일 방송에서 ‘계좌로 쉽게 돈을 송금 받을 수 있는 것’이란 질문에 “어버이연합”이라고 한 이상훈의 대답을 문제 삼았다. 이상훈은 그 동안 “가려운 곳을 긁어드리기 위해 신중을 기해 개그를 짜고 있다”며 풍자개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피소 이후 “당분간은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봉숭아학당’ 시절부터 풍자개그를 이끌어온 ‘개그콘서트’마저 흔들린다면 이 시대 개그에는 말장난만 남게 된다”며 “뼈와 웃음이 있는 개그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 또한 ‘개그콘서트’의 역할일 것”이라며 폐지 우려를 일축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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