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이후 한 달 넘도록
재건 한 발도 못 떼고 내홍 수렁
정진석 원내대표 리더십 상처
비대위 추인 재시도 여부 ‘안개’
비박계 요구 당선자 총회 땐
친박계와 전면전 비화 가능성도
1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개최 무산으로 새누리당의 향후 행로는 예측이 쉽지 않은 안갯속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20대 국회 첫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한시적이지만 당을 이끌어 가기로 했던 ‘정진석 비대위’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진단하고 쇄신 방안을 처방할 ‘김용태 혁신위’ 구성이 좌초되면서 4ㆍ13 총선 패배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당의 재건 작업은 시작도 못한 채 내홍만 깊어가고 있다.
우선 9월 정기국회 전에 열기로 한 전대는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대를 관리할 비대위 구성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정 원내대표가 이런 판국에 비대위원장을 고집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전국위로부터 의결받지 못한 일부 비대위원들이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비대위 인선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상 초유의 ‘의사정족수 미달’ 사태로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난 마당에 새로 비대위를 구성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새 기구에 선뜻 나설 인사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상임전국위ㆍ전국위 정족수 미달이 친박계의 보이콧 때문인지, 당이 총체적으로 “얼이 빠진 탓”(핵심 당직자)인지 원인 분석이 선행되어야겠지만 정 원내대표가 다시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추인을 재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가 선임한 김용태 혁신위원장안(案)이 무산되면서 인사권자의 체면을 이미 구긴 상태이고, 김 위원장 내정자도 이날 즉각 사퇴하면서 비대위 구성만 올리는 ‘반쪽짜리’ 재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더 많은 편이다. 한 당직자는 “당장 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 수행에 대한 거취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박계 쪽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 초ㆍ재선 의원 20명이 전날 정 원내대표가 인선한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을 두고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이라고 재검토를 요구하고, 다음날 상임전국위ㆍ전국위마저 무산시키는 실력 행사에 돌입하자 분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비박계 3선 의원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친박계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있겠냐”고 했고, 공석인 전국위의장을 대신해 사회를 보려 했던 정두언 의원은 “이런 패거리집단에 내가 있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야겠다”고 탈당 가능성을 열었다.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김 의원은 친박계를 겨냥한 듯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에게 무릎 꿇을 수 없다”고 했다.
분당까지 거론되는 만큼 비박계 중진들이 요구하는 의원총회 성격의 당선인 총회가 열리면 총선 패배 이후 몸을 낮추며 갈등을 자제해왔던 친박계와 비박계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당 한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더라도 친박계가 더는 총선 패배 책임론에 밀리지 않고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고한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