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가 금권선거, 과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부정은 엄정한 법 집행으로 막아야지 직선제를 탓할 게 아닙니다.”
행정수장인 총무원장의 선출제도를 둘러싼 대한불교 조계종의 장고가 거듭되고 있다. 총의를 모으기 위해 토론회를 9차례나 마련했지만, 22년 만의 논의에 우려가 쏟아지면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18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에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제2차 회의를 열고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논의했다. 사부대중(四部大衆)은 남녀 승려, 신도 등 구성원 전체를 뜻하며 대중공사(大衆公事)는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대토론회다.
종단은 올 3월 첫 토론에서 논의의 포문을 열었고 여러 단체가 연구한 개선안이 제시됐다. ▦직선제 ▦염화미소법(추천위가 거른 후보 중 500명 선거인단이 3인을 선출하면 종정이 1인 추첨) ▦종단쇄신위원회안(추천위가 2, 3인 후보를 추천하면 2,000~3000명 선거인단이 선출) 등이다. 현 방식은 각 교구에서 뽑은 321명의 선거인단(스님만 포함)이 투표하는 간선제다. 쟁점은 현재 ‘남성 승려 위주인 선거인단에 비구니와 일반신도들을 얼마나 포함시킬 것인가, 나아가 직선제를 도입할 것인가’와 ‘금권 선거, 선거 과열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등이다.
개선안에 대해 지난 한 달간 전국 7곳에서 지역별 대중공사를 열어 의견을 취합했다. 이 자리에서 실시된 설문조사(591명)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현행 제도의 문제점으로 ‘금권, 과열, 혼탁 선거로 인한 승가화합 저해’(51.2%), 우선 실현해야 할 가치로 ‘평등한 참종권 확보’(43%), 가장 바람직한 제도는 ‘직선제’(61%)라는 의견이 나왔다.
18일 토론은 뜨거운 감자인 ‘직선제’ 찬반 위주로 진행됐다. 찬성 측은 평등한 참여 권한을, 반대 측은 혼탁선거 방지, 승가 화합 등을 강조했다. 한 비구니 스님은 “대중들이 열화와 같이 원하는데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종회의원과 총무원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스스로를 위해서인지 대중들을 위해서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회의원을 지낸 한 스님은 “선거 폐해를 없애자고 이번 논의를 시작했는데 정치의 판을 키우는 쪽으로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매번 선거 분란을 겪던 사찰들이 추대제를 도입하며 잠잠해진 점을 생각하면 직선제 도입 시도는 불교계가 스스로 구정물을 뒤집어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 당직자로 일하고 있다는 한 신도는 "직선제는 훌륭한 제도지만 선거가 치열해질수록 상호비방, 유언비어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렇게 요구가 큰 것은 그만큼 스님들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점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절충안도 깊이 따져야 한다”, “비구니, 일반신도들의 권한 확대를 대전제로 해야 한다”, “선거를 어떻게 치르든 스님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신문에 오르내리지 말고 불자들을 좀 자랑스럽게 해달라” 등의 의견도 나왔다.
중앙종회 산하 특위는 이날 논의를 검토해 6월 21일 열리는 임시종회 안건으로 올린다. 22년 만의 논의가 마무리되더라도 당장 내년 10월 35대 총무원장 선거에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총무원 관계자는 “관련법을 모두 고쳐야 하는데다 실무 준비가 필요해 종회에서 ‘36대 선거부터 실행한다’는 부칙을 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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