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색 옅은 화합형 비대위를"
"정진석 힘 실어 혁신형 유지를"
친박·비박 상반된 장외 설전만
지도부 공백 장기화 땐 원구성 차질
분당 가능성엔 모두 '신중 모드'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출범 무산 사태’ 이틀째인 18일 정상화 출구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지속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자파 위주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사태 해결을 주도할 정진석 원내대표는 고향인 충남 공주의 자택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집권 여당의 지도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 안팎에서 분당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또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의 부재로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내 다수인 친박계는 이날 '정진석 흔들기'를 본격화했다. 이들은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관리에 국한하면서 6월 조기 전대를 개최, 비박계 비대위원 선임 백지화, 외부 혁신위원장 임명 등을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 10명 가운데 7명을 비박계로 임명하고, 개혁 성향의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배치했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인선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도 "외부 중립 인사나 계파색이 강하지 않은 화합형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이런 사달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비박계는 개혁형 비대위ㆍ혁신위를 구성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원에 내정됐던 김영우 김세연 홍일표 의원과 하태경 의원,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이날 회동해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김영우 의원이 전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ㆍ혁신위 인선에 국민 평가는 나쁘지 않다"면서 김용태 혁신위원장의 사퇴 번복과 전국위원회 재소집을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KTX로 귀경하던 중 갑자기 공주역에서 내려 자택으로 향했다. 그는 공주 지역구 주민들과 잠시 만난 후 자택에서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내게 주어진 당 쇄신과 당 지도부 구성 임무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언제까지 계파, 계파 할 것인가. (지금 문제를) 파악해보고 빨리 수습해야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5ㆍ18기념식 참석을 위해 탄 광주행 KTX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앞뒤로 나란히 앉았으나 대화는 물론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불편한 당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태흠 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는 “분당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까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비박계 이혜훈 당선자도 “비박들이 당을 더 사랑한다”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고, 김영우 의원은 “분당 목소리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혁신위원장에서 물러난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라는 성경 시편을 인용해 친박계를 겨냥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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