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인선 등 자기정치 조짐에
총선 참패로 파워 약해졌는데도
조기 진압 선택 ‘劉 학습효과’
친박계의 조직적 흔들기로 정진석 원내대표가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지난해 청와대의 찍어내기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파동’을 떠오르게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친박계의 지원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정 원내대표는 보름도 안 돼 친박계의 조직적 보이콧으로 비상대책위ㆍ혁신위 출범이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친박계는 비대위 인선 백지화 요구를 거부할 경우 원내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정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승민 의원도 친박계의 압박과 청와대의 찍어내기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공무원연금법 통과를 위해 야당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했고, 친박계도 이를 빌미로 ‘유승민 책임론’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친박계의 압박을 견디며 정면대응하는 정 원내대표는 1년 전 자진사퇴한 유 의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새누리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입장”이라며 친박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충남 공주에서의 ‘정치적 칩거’를 하루 만에 끝낸 그는 20일 중진연석회의 개최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방침이다.
정치적 환경도 1년 전 ‘유승민 파동’ 때와는 다르다.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친박계의 힘이 상당히 빠진 데다,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도 1년 전보다 견고하지 못해 정 원내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의 백기투항을 강요하는 것은 지난해 각인된‘유승민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에 오른 그가 유 의원처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자기정치를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박계는 지난해 유승민 사태를 겪으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진압해야 한다는 교훈을 학습했다”며 “이번에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와 상의 없이 내놓은 비박계 위주의 비대위 구성과 혁신위원장 인선을 보면서 초반에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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