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정계개편 시나리오 봇물
영남 개혁보수ㆍ세력 뭉치는 東西 중도통합 땐 상당한 파급력
鄭의장 10월 정치결사체 추진…폭넓은 외연 신당 나올 가능성
야권에선 孫의 ‘새판 짜기’주목
차기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의 분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방아쇠가 됐다. 구심점 역할을 해줄 유력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 여권은 갈수록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치지형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새 판 짜기’에 좀 더 공세적으로 나선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계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방안은 영남 개혁보수와 호남 정치세력이 재결합하는 ‘동서중도대통합론’이다. 새누리당 내 개혁보수 성향 비박계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비노 그룹까지 포함해 한 지붕 아래 뭉치는 그림이다. 합리적ㆍ중도 이미지가 강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공동대표가 손을 잡을 경우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계산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정치사적으로는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에 반발해 야권에 잔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영남 개혁파와 동교동계로 대표되는 호남 정치세력의 결합에 이은 두 번째 동서중도대통합이 되는 셈이다.
관건은 김무성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를 움직이게 하려면 그나마 자신만의 세력을 갖춘 김 대표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개혁 보수와는 다소 거리가 먼 김 대표가 과연 적극 동참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없지 않다. 남경필 경기지사ㆍ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권 내 개혁보수 세력이 가세하느냐가 정치권 빅뱅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변수다.
정치판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짜야 한다는 ‘가설 정당론’도 유력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기성 정당 구도에 얽매이지 않아야 정치신인 등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고, 그만큼 신당의 외연도 넓어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10월을 목표로 추진하는 ‘정치 결사체’가 있다. 당 밖에서 세력을 규합한 뒤 새누리당 내 비박계 등이 가세하는 방식이다. 정 의장이 26일 발족키로 한 싱크탱크 ‘새한국비전’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원장을 맡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고문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 의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구상 중인) 정치결사체의 방향은 외곽에서 정치를 바로잡도록 여러 가지 조언도 하고 자극도 하는 그런 정치 조직, 또는 정당일 수도 있다”며 “둘 중에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는 앞으로 2, 3달 정도 고민해보고 10월쯤엔 정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야권 발 정계개편의 핵이다. 여야를 두루 경험해 새 정치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정치적 무게감과 경륜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여야의 중도 세력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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