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0일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지도부 공백 해소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계파 리더십’ 부재 상황으로 총의를 모으기 어려운 형국이라 중진 회동으로 내분 사태가 종식될지는 미지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역구이자 고향인 충남 공주에 머물다 19일 여의도에 복귀했다. 18일 친박계의 집단 보이콧으로 비대위ㆍ혁신위 구성을 의결할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무산되자 공주에 머무른 지 하루 만이다. 이날 오후 예정된 야당과의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격적으로 당내 수습책을 찾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내일 중진연석회의를 소집해 말씀과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그게 순서”라고 말했다.
중진들과 머리를 맞대 보겠다는 취지이나, 백가쟁명식 의견 수렴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내 관측이다. 일단 정 원내대표에게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개회 불발로 강한 경고를 보낸 친박계 내부에서조차 중재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친박계인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이날 “정 원내대표가 홀로 짐을 지는 것보다는 원 구성 협상만 맡고 전당대회 준비는 (다른 인사가)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없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조속히 꾸려 새 지도부 구성 체제로 돌입하자는 의미다. 또 다른 친박계 재선 당선자는 “현재 비대위 인선안에 친박계 두어 명을 추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비대위를 리셋해야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이 나서서 친박계의 중론을 모으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모든 일에 그 분들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해서야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비박계에선 정 원내대표가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의원은 “잘못을 한 건 친박계인데 정 원내대표가 기존 비대위 인선안을 수정한다면 그거야 말로 정치적 후퇴”라며 “리더십에도 손상이 간다”고 말했다.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도 난관이다. 친박계 일각에선 지난 16일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상견례 자리에서 비박계 비대위원들이 “유승민 의원의 빠른 복당”, “친박계의 전당대회 출마 저지”를 주장한 것이 사태의 화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상견례에 참석했던 비대위원 내정자들은 “그런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며 “친박계의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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