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비대위원 재선임하거나 비대위 없는 조기 전대 제안
비박 “전국위원회 재소집 현행안대로 비대위ㆍ혁신위 추인”
내홍 수습 타협점 찾을 지 미지수
새누리당이 20일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지도부 공백 해소 방안을 논의한다.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와 ‘김용태 혁신위’ 의결이 무산되자 잠행을 해온 정진석 원내대표가 19일 “중진연석회의를 열어 의견을 듣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선 이상 당선자 가운데 친박ㆍ비박계 비율이 같은 데다 두 계파 모두 ‘계파 리더십’ 부재로 총의를 모으기 어려운 형국이라 중진 회동으로 내분 사태가 종식될지는 미지수다.
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자격이 있는 4선 이상 당선자는 19명. 하지만 정 원내대표를 뺀 18명의 계파 분포는 공교롭게도 9 대 9로 나뉜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팽팽한 기싸움이 불가피해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친박계는 현재까지 ▦비대위원 원점 재검토 후 재선임 ▦비대위원장 및 혁신위원장 재검토 주장뿐만 아니라 비대위 없이 바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방안도 제안한 상태다. 반면 비박계는 상임전국위ㆍ전국위를 재소집해 현행안 대로 비대위ㆍ혁신위 추인을 받자는 입장이다.
당내 일각에서 비대위원 중에 친박계 의원을 추가해 증원하자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친박계는 친유승민계 성향의 이혜훈 당선자와 김세연 의원 등 일부 강경파의 배제를 요구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상황에서 비대위원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하실 것이고, 비대위원을 다시 구성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참석한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짐을 나눠가져야 한다”며 원내대표직에만 전념할 것을 에둘러 주문했다.
비박계는 현행안을 밀어붙일 것을 정 원내대표에게 요구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계파 청산하자는 비대위와 혁신위에 계파 안배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전국위를 무산시킨 것은 친박이 아니라 매박(賣朴)의 더티플레이”라며 “인선을 다시 하면 본인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현행안대로) 전국위를 재소집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박계인 이군현 의원은 “균형 비대위로 재구성해 전국위를 다시 열자”며 다소 궤를 달리한 해법을 내놨다. 이날 본회의 직후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계 의원들의 만찬 회동이 있었지만 대부분 낙천ㆍ낙선자여서 비박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내에서도 이렇게 대책의 결이 다른데다 총의를 모을 리더십도 부재해 20일 중진연석회의에서 결론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란 게 중론이다. 비박계에는 수장이라 할만한 인물이 부재한 상태이고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이 나서서 친박계의 중론을 모으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친 친박계 한 의원은 “모든 일에 그 분들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해서야 되겠느냐”고 밝혔다. 이날 중진연석회의는 당내 기구 인선과 전국위 소집에 앞서 정 원내대표가 상임전국위원, 중진 의원, 여성위원회 등 당내 조직 등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친박계의 불만을 수렴, 일단 모든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차원에 가깝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중진은 “정 원내대표가 무엇을 하든 친박계는 ‘결재부터 받아라’는 것 아니냐”며 “친박계가 그 생각을 고집한다면 어떤 안을 제시해도 계파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진들이 모여 백가쟁명식 의견을 내놓는 과정에서 해법의 실마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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