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홈 개막 3연전 중 두 번째 경기가 열린 4월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경기가 시작되자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천 순연이 선언되지 않은 가운데 경기가 끝난 밤 10시경까지 꾸준히 비가 내렸다. 관중들은 우산 등으로 비를 가렸지만 문제는 시야 방해. 앞에서 편 우산이 뒤에 앉은 관중의 시야를 가리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2 어린이 날인 5월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한화와 SK의 경기가 열린 이 날은 해가 쨍쨍했다. 그늘이 있는 홈 응원석과는 달리 햇볕이 내리쬐는 원정 관중석에선 선글라스, 모자 등 저마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들을 찾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양산. 그러나 이 상황 역시 비 내릴 때와 다르지 않다. 양산을 펼친 이들은 뒷자리 관중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계속 신경을 써야만 했다.
야구장에서 비나 햇볕을 가릴 때 관중석 시야 방해를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 등장했다. 바로 한화 이글스가 지난달 출시한 ‘헬멧 우산’이다. 얼핏 보면 우스꽝스러운 형태의 우산이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아이디어 상품이다. 우산의 앞 부분이 파여 있어 이용자의 시야가 확보되면서도 뒷자리 관중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옆자리 관중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우산은 모든 구단에서 만드는 보편적 아이템이지만, 야구장 관람 환경을 고려한 위트 있는 디자인이 적용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헬멧 우산을 기획한 케이엔코리아 관계자는 “프로야구단에서 제작한 상품은 대개 평범한 우산에 로고가 삽입돼 30~40대 남성 팬들이 많이 찾거나 구단 관계자 선물용으로 활용됐다”며 “헬멧 우산의 경우 남녀 불문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 입장에선 다소 실험적인 상품이기도 했다. 평범하지 않은 형태인데다, 비가 오면 경기가 순연되는 종목의 특성상 제품 수요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케이엔코리아 관계자는 “초도 주문 물량이 많아 판매가 잘 안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고 웃으며 “출시 후 첫 3연전을 치르고 곧바로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팬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한 한화 팬은 “비를 피하는 앞사람 탓에 마음에 비가 내리고, 태양을 피하는 옆 사람 탓에 속이 타는 상황을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한화 이글스 게시판과 SNS 등에선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긴 힘들지만 야구장 아이템으로는 매우 적절하다”는 반응부터 “우산보다는 햇볕이 강한 낮 경기 때 유용한 아이템”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헬멧 우산은 오늘(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kt와의 주말 홈 3연전 때 ‘완판’이 예상되며, 6월 중순 이후에나 추가 물량이 입고될 예정이다.
대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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