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막을 내리는 제69회 칸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23년 만에 여성 감독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갈지 한국을 대표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이 수상의 기쁨을 누릴지 영화 팬들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외신들이 주목하는 작품은 독일 여성감독 마렌 아데의 영화 ‘토니 에르트만’이다. 영화는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일에 빠져 사는 딸 이네스에게 웃음을 안겨주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딸을 찾아가는 아버지 윈프리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시간 40분 동안 아버지의 못 말리는 기행에 이네스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코믹한 상황을 통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직장 내 무한경쟁과 성차별, 일 중독의 폐해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들을 꼬집는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첫 초청된 아데 감독의 ‘토니 에르트만’은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발행하는 특별판에서 4점 만점에 3.7점을 받으며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평점에는 13개국 기자가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평론가 15명이 참가한 프랑스 매체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에서도 4점 만점에 2.9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영화제 바깥에서 봤을 때 황금종려상에 가장 근접한 영화인 셈이다. 아데 감독이 수상을 하면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에 이어 23년 만에 여성 감독으로서 황금종려상을 안게 된다.
시를 사랑하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이 아내 로라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아낸 ‘패터슨’(감독 짐 자무쉬)은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3.5점을,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 수상 이력을 지닌 크리스티 푸아유 감독의 영화 ‘시에라네바다’는 3점을 각각 받으며 ‘토니 에르트만’를 뒤따르고 있다. 1960년대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았던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부부의 실화를 담은 영화 ‘러빙’도 평점 2.5점으로 선전 중이다.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안은 벨기에의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이 연출한 ‘언노운 걸’이 영화제 막바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칸영화제의 편애를 받아온 27세 캐나다 감독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도 다크호스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2.2점의 평점을 받았지만 호평도 적지 않다.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도색적인 대사나 노출이 적지 않지만 천박하지 않다”고 평가했고, 미국 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는 “영리하고 자신만만하면서도 감각적인 면에서 풍성한 영화”라고 호평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칸을 찾을 때마다 상을 거머쥔 이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최우수여자배우상이 누구에게 안길 것인가다. 올해 칸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몰려 최우수여자배우상 수상 경쟁이 치열하다. ‘토니 에르트만’의 산드라 휠러, ‘퍼스널 쇼퍼’(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언노운 걸’의 아델 하에넬, ‘엘르’(감독 폴 버호벤)의 이자벨 위페르, ‘아메리칸 허니’(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사샤 레인, ‘줄리에타’(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엠마 수아레즈 등 젊은 배우부터 중장년 배우까지 고루 후보에 올라있다.
수상 가능성이 가장 큰 배우로는 프랑스의 마리옹 코티야르가 꼽힌다.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과 ‘쥐스트 라 핀 두 몽드’가 동시에 경쟁부문에 올라 수적으로 일단 우세하다. ‘아가씨’에서 과감한 전라 연기로 동성애를 그려낸 김민희와 김태리도 무시할 수 없는 후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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