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없이 비대위 역할 확대로
4선 이상 11명 중진회의서 합의
鄭원내대표 최종 결정권 불구
“별도 혁신위 막은 친박의 勝” 평가
당 대표 뽑으면 비대위 종료 수순
새누리당이 혁신위원회ㆍ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로 촉발된 내분 사태를 ‘혁신형 비대위’ 구성으로 수습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별도 혁신위 구성이 좌절됐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친박계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 여부를 포함해 비대위 세부 구성안 등 최종 결정권은 다시 정진석 원내대표에 일임됐지만 재량권은 크지 않아 보인다. 내홍 봉합 시도와는 별개로 친박계와 비박계는 7월 말~8월 초로 예상되는 정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이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20일 국회에서 원내지도부ㆍ중진연석회의를 열고 당 위기 타개책으로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형 비대위는 별도의 혁신위를 꾸리지 않고 비대위에 당 혁신 추진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날 회의에는 20대 국회에서 4선 이상이 되는 중진의원 11명이 참석했다. 친박계 서청원ㆍ최경환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의원 등 계파별‘대주주’급 중진들은 불참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당헌ㆍ당규에 따른 정기 전당대회를 당선자 총회에서 결정했던 대로 기존의 7월 말~8월 초 개최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부분이다. 향후 꾸려질 비대위가 ‘혁신형’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관리형’에 가까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참석자는 “혁신형 비대위 임기는 6개월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당 대표가 새로 뽑히면 비대위 활동도 자연스럽게 종료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으로 새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특히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친박계 이주영 의원이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분리하는 문제만이라도 오늘 결정짓자”고 밀어붙이자 정우택ㆍ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이 동조했다고 한다. 황우여 의원 등 전직 당 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는 방안과 보수단체 대표를 비롯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제언도 뒤따랐다는 전언이다. 반면 정병국ㆍ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중진들은 당선자 총회 결정을 임의로 바꿀 수 없다고 맞섰고, 정 원내대표도 “내가 하면 왜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의 집단반발을 샀던 비대위원 인선 문제는 정 원내대표가 기존에 내놓은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비대위원을 추가해 계파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혼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을 새로 영입한다면 비대위원 인선 권한 또한 넘겨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중진들은 다만 최종 결정을 정 원내대표에게 일임키로 했다.
공을 넘겨받은 정 원내대표는 연석회의가 끝난 뒤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4시간 넘게 두문불출하는 등 장고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중진 의원들이 고민거리를 또 주셨다. 심사숙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 원내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수면 아래 있는 계파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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