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이전에 남성 6명 들어와
피의자, 이들은 그냥 지켜보기만
서울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 2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의 범행은 여성을 노린 계획적 범죄였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김씨는 화장실을 찾은 남성들을 모두 지나친 뒤 사건 현장에 들어 온 첫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다음 피해 여성 A(23)씨가 화장실을 찾기 전까지 남성 6명이 화장실에 들른 사실을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김씨가 16일 오후 11시42분쯤 노래방 건물 1ㆍ2층 사이에 위치한 화장실 앞에 나타나 장시간 서성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이 때부터 50여분을 화장실 앞에서 1층을 바라봤다. 김씨가 화장실을 지켜보는 동안 여성 6명과 남성 10명이 화장실을 이용했으나 그는 뒤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김씨가 화장실 남성칸에 들어간 시간은 17일 0시33분. A씨는 34분 뒤인 오전 1시7분 화장실에 나타났다. 이 시간 동안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은 6명은 모두 남성으로, 김씨는 이들이 있을 때는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A씨가 화장실 여성칸에 머무는 동안 한 남성도 화장실에 들렀지만 그는 볼일을 본 뒤 바로 나갔다. 남성이 사라지자 김씨는 남성칸에서 나와 A씨를 기다리다가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서초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남성들은 내버려 두고 화장실에 나타난 첫 여성을 노린 것은 처음부터 여성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서울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4명과 경찰 최고 범죄심리 전문가로 꼽히는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을 투입해 김씨에 대한 2차 심리면담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김씨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 등 특이 징후는 보이지 않아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범행으로 판단된다”며 “심리 면담 결과를 종합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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