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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공천 룰’ 없인 계파청산 어려워

입력
2016.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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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폐단인 계파 정치는 밀실 공천에서 비롯된다. 계파 보스에 의해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줄서기 정치’를 근절하기란 요원하다. 주요 국가들이 당원이나 시민의 직접 투표로 공직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제를 택한 점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묻지마 계파 공천’은 새누리당의 4ㆍ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의 제1 원칙부터가 계파 안배였다.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친박계는 당 안팎의 비판여론에도 유승민 의원을 무공천 하고,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 대부분을 공천배제(컷오프)했다. 정당성과 원칙을 결여한 공천에 낙천자들이 법원에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내며 법적 대응을 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치인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천권을 쥔 계파 보스의 뜻을 대표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계파간 밀실 공천이 가능한 이유는 정당의 공천 규칙(룰)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 데다 각 정당의 당헌ㆍ당규에 포함돼 있는 규정 또한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선거 때면 공천 룰 확정 문제를 놓고 계파간 충돌이 반복된다. 여야가 지난해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시도한 것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계파 정치를 근절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때문이었다.

학계에선 밀실공천을 막을 방안으로 공천심사 자료를 중앙선거관리위에 제출하도록 선거법에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관위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외 각국도 대체로 상향식 공천제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정치개혁 바람을 타고 도입이 시작된 오픈 프라이머리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영국은 중앙당이 아닌 지구당이 당원총회를 통해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고, 독일은 상향식공천을 선거법으로 의무화했다. 전용주 동의대 정외과 교수는 “상향식 공천이 곧 정치 발전이란 막연한 믿음을 가져선 안 된다”며 “현역 프리미엄을 상쇄하는 장치를 마련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전략공천을 통한 정치적 소수자 배려 또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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