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의 14% 넘어서고
젊은층 감소에 성장동력까지 정체
내년이 성장률, 인구 중요 변곡점
담세율 OECD평균 25%에 못 미쳐
국가 전체 증세 여력 있지만
법인세, 소득세… 뭘 늘릴지가 고민
내년 대선 등 정치에 또 휩쓸리면
국가 재정 건전성에 위기 올수도
“20대 국회, 증세 논의 매듭 풀어야”
증세는 머지않은 장래에 꼭 해야 할 ‘피할 수 없는 숙제’ 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인구가 늘었고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성장한 덕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 부담을 지면서도 정부가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금 낼 사람(생산가능인구)이 줄어드는데, 세금 혜택을 받을 사람(노령층)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 코 앞에 엄습해 있다.
20대 국회는 증세 논의 적기
그런 점에서 20대 국회는 증세 논의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진지하게 다뤄야 할 때다. 잠재성장률이 3%에 간신히 턱걸이를 할 정도로 성장동력은 약해졌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당장 내년부터 감소한다. 또 내년부터는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세입을 좌우할 근본 변수인 성장률과 인구가 함께 변곡점을 찍는 시기이며, 동시에 세출에 결정적 영향을 줄 노인 인구가 중요한 이정표를 지나는 시점이 바로 20대 국회의 임기인 셈이다.
지금 내는 세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아직은 재정이 건전하지만 조세부담률이 낮은 수준에서 재정지출이 계속 증가하면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3~5%포인트 정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2014년 기준 조세부담률, 즉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비율은 1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1%)에 한참 못 미친다. 조세와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까지 더한 금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국민부담률은 24.6%로, 우리나라보다 이 비율이 낮은 나라는 OECD에서 멕시코(19.7%) 칠레(19.8%) 밖에 없다.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증세의 여력은 있다는 얘기다.
어떤 세금을 손 댈 것인가
그렇다면 누가 덜 내고 있으며, 누구로부터 더 거둬야 할까. 여기서부터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치열한 논란이 시작되는 지점이고, 20대 국회가 가장 공을 들여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 중 뜨거운 감자는 법인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공약에서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감세 이전(25%)으로 되돌려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경제 자살골”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강병구 교수는 “한국 법인세 실효세율은 16.8%이고 미국 22.2%, 영국 22.4%, 캐나다 23.3%인 것에서 보듯 실질적 세부담은 낮다”며 “최소한 감세 이전 수준으로 해야 하고 부담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수준까지는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지만 세율이 특정 수준을 넘으면 투자의욕을 낮춰 세수가 되레 준다는 주장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이 최적 세율을 23%로 보는데, 지방세를 포함하면 이미 최적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한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은 세금 때문에 다른 나라로 옮겨 버릴 수도 있다”며 “정치인들이 표 때문에 투표권 없는 법인의 부담을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비과세 감면을 차츰 없애 세원의 폭을 늘린 다음 세율을 올리자는 일종의 절충적 입장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1차로 대기업 비과세 감면을 없애고, 그러고도 재원분담이 필요하다면 세율인상을 논의해 보자”고 말했다
20대 국회가 소득세를 손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인상은 이르지만 소득세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며 “1억5,000만원, 8,800만원 등으로 잡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더 많이 벌면 많이 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 역시 “연간 수십억원 이상을 버는 슈퍼리치에 대해 세율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부가세(세율 10%) 인상 문제는 20대 국회가 본격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소득세 등 직접세를 먼저 올린 다음 간접세인 부가세를 인상하는 수순으로 가야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큰 세부담을 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뛰어넘어라
증세논의의 최대 장애물은 역시 내년 대통령 선거다. 세금은 온전한 경제 영역이 아니라 표와 직결되는 정치의 영역이기에, 자칫 세금을 올리자며 먼저 총대를 맸다간 정권을 내 주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대 국회에서 건전한 증세 논의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복지 수요는 느는데 나라살림은 빚을 내야 겨우 씀씀이를 맞출 정도다. 2012~2014년 3년 연속 세수결손 상태를 겪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를 포기하지 못했다. 김우철 교수는 “이번 정부의 경기활성화와 복지확대가 모두 부채를 기반으로 했다”며 “정부가 국민과 약속이라며 증세를 안 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증세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20대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출(세출)에 대한 큰 그림을 같이 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가계 입장에선 돈을 많이 버는 게 무조건 좋지만, 나라 입장에서 세금은 쓸 만큼만 거둬야 한다”며 “복지 등에 얼마나 더 쓸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세금 먼저 징수하자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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