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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 “기후협정ㆍ미얀마 민주화ㆍ이란 핵, 내가 해결” 리더십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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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 “기후협정ㆍ미얀마 민주화ㆍ이란 핵, 내가 해결” 리더십 부각

입력
2016.05.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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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오른쪽) 유엔사무총장이 홍용표(가운데) 통일부 장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25일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에서 환담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반기문(오른쪽) 유엔사무총장이 홍용표(가운데) 통일부 장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25일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에서 환담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관훈클럽 간담회 70분간

기존의 모호한 화법 깨고

사전 준비한 듯 역량 과시

‘DJ 동향 보고’ 언론 논란엔

“기가 막히다 생각” 적극 해명

“하루도 결근하거나 쉰 적 없어”

고령 우려 일축하며 대권 의지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방한 후 곧바로 가진 관훈클럽 간담회는 대권 도전 선언장을 방불케 했다. 제주 롯데호텔에서 70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총장 재임기간의 업적을 이례적으로 부각시켰고,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서구 언론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역량과 존재감을 한껏 높이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남북통일’과‘국민통합’을 거듭 강조해 대선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리더십 브랜드’를 띄우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반 총장의 발언은 그간 에둘러가는 모호한 화법으로 ‘기름뱀장어’ ‘반반(潘半)’이란 별명을 얻었던 자신의 스타일을 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방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언급을 자제할 것이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반 총장은 우선 유엔 사무총장 재임기간 가장 보람 있는 업적으로 기후변화협정 체결을 꼽으며 “1997년 교토 프로토콜 채택 이후 20년간 지지부진하던 협상을 제가 끝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상들을 다 모으기 위해 어마어마한 힘이 들고 ‘이걸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정치적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해냈다”며 거듭 자신의 성과임을 부각시켰다.

반 총장은 미국, 일본, 중국 등 기후변화협정에 부정적이던 강대국들을 거론하며 대립 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주요 7개국(G7)정상회의의 가장 부유한 국가 정상들이 불참해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직격탄을 날린 뒤, “기후변화협정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데 정치적 목숨을 걸자고 했다”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의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반 총장은 미얀마 민주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기세가 오른 듯 발언에 거침이 없었다. 그는 “나는 가능한 한 약자 편에 서서 독재자들에게 쓴소리 하고, 강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 들어가 민주화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얀마 정부에서도 그걸 확실히 인정했다”면서 “상하 양원에서 연설하라고 한 것은 나뿐이고, 어떤 세계 정상에게도 (그 같은 기회를) 한 번도 안 줬다”고 덧붙였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핵 문제 해법을 갖고 많은 논란이 있었고, 제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을 때 유엔 안보리에서 상당히 많은 반대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란에 가서 물꼬 터 놓고 몇 년에 걸친 협상 끝에 해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국내에서 제기된 ‘김대중(DJ) 전 대통령 동향 보고’ 논란에 대해서는 “언론의 비판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며 적극 해명했다. 지난달 17일 외교부가 공개한 1985년 외교 문서에서 반 총장이 외교부 참사관으로서 하버드대에 연수하는 동안 DJ 동향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다”며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총장은 ‘유엔에서 국내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유엔) 대변인이 매일 전세계 뉴스를 가져다 주는데 그것을 읽기도 바쁘다”며 “(세계 뉴스 중에도) 제가 한국 문제에 대해 브리핑 받은 게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만났다”면서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도 찍히는 것”이라고 했다. 반 총장은 일각의 친박 후보 내정설에 대해서도 “그런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 총장은 대선후보로서의 연령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대통령 후보 나온 사람을 보면 민주당은 70세(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76세(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다”며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고 대선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준비된 원고를 읽듯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반 총장의 이날 간담회는 대선주자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점을 과시한 준비된 행사처럼 보였다.

제주=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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