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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폐지보다 개선을”

입력
2016.05.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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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리셋 5. 이것만은 바꿔라] <4>청산해야 할 꼼수 특권

행정부 전횡 견제 등 긍정적 측면도

‘비리 의원 보호막’ 오명 씻어야

면책특권, 막말 등 부작용 불구

비리ㆍ치부 폭로 순기능 살려야

‘비리 의원 보호막’이냐, 행정부 전횡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냐.

헌법에 명시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정치개혁을 논할 때마다 도마에 올랐지만 매번 살아남은 국회의원의 특권 중 특권이다. 과거 독재시대 부당한 탄압에 맞선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들이 ‘비리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 전락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크지만, 전문가들은 전면 폐지보다는 개선ㆍ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탄국회’ 오명을 낳은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헌법 제44조에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의원들이 동료 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 긴급 안건이 없는데도 회기가 끝난 이후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방탄벽을 만들거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방식으로 불체포특권을 악용해왔다는 점이다. 25일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제헌국회 이후 현재까지 제출된 체포동의안은 57건으로 이 가운데 가결된 안건은 13건에 그쳤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체포동의안이 72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데 반대로 이 기간 내 처리가 안 될 경우 자동 가결시키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개정해 불체포특권의 오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불체포특권을 아예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불체포특권은 검찰과 경찰을 손에 쥐고 있는 대통령이 행정력을 남용해 입법권을 마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정당한 의정활동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가 의원들의 오남용으로 폄하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불체포특권 폐지 국가로 거론되는 영국은 의원내각제라 행정부가 의회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대통령제를 택한 우리나라와는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45조 면책특권은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해 국민의 대표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에선 막말 또는 명예훼손 발언에 면죄부를 주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면책특권을 없앨 경우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한 ‘제2의 노회찬’이 나오지 않는 ‘교각살우(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005년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었던 노회찬 정의당 당선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안기부 도청 테이프인 이른바‘삼성 X파일’에 등장하는‘떡값 검사 7인의 명단’을 공개, 재벌과 검찰의 부패의혹을 세상에 알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면책특권을 폐지하기보다는 내부 자정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형준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면책특권 뒤에 숨어 특정 후보에 대한 막말이나 명예훼손이 횡행할 텐데 이를 막기 위해 국회 윤리특위를 강화,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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