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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우간다 사람들의 '소주 사랑'

입력
2016.05.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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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부 내륙 국가 우간다.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리카 외교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일정에서 두 번째로 방문한 나라입니다. 지구 반대 쪽인 이곳 수도 캄팔라의 한 식당에서 28일 진로 소주를 만났습니다. 인생의 정수가 ‘예측 불가능성’이라더니, 아프리카에서 빨간색 뚜껑 달린 소주병을 보게 되다니요.

알아 보니, 하이트진로가 올해 들어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 들었다고 하네요. TV 광고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우간다 TV에서 방송 중인 진로 소주 광고.
요즘 우간다 TV에서 방송 중인 진로 소주 광고.

아프리카 공략을 우간다에서 시작한 이유가 뭘까요.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온 분에게 물어 봤습니다. 우선 인구입니다. 우간다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산율과 인구 증가율(세계 3위)이 높고 경제가 한창 성장하고 있어서(2016년 7%ㆍ2015년 6.9%) 젊은 중산층이 많다고 하네요. 하지만 젊은이들이 놀 거리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소주 마실 인구’, 즉 잠재적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지요. 또 평균 해발 1,000~1,200m의 고원지대에 있는 나라여서, 거의 1년 내내 한국의 초가을 날씨랍니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떠오르는, 타는 듯 뜨거운 날씨였다면 소주 인구가 늘기 어려울 테지요.

우간다에서 팔리는 진로 소주는 해외 수출용으로 만든 한국산(Producr of Korea)입니다. 내륙 국가라 항구가 없어서, 아프리카 최대 항구인 케냐 뭄바사를 거쳐서 육로로 들여온다고 합니다. 24병들이 상자 1,100개를 실은 컨테이너가 캄팔라에서 뭄바사까지 800㎞ 거리를 이동합니다.

컨테이너 한 개 당 육로 운송비가 600만원이 넘는 것을 비롯해,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현지 소주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서울-부산 간 운송비는 35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진로 한 병 가격이 약 15~20달러인데, 우간다 1인당 국민소득이 608달러(2016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급 술로 팔리는 셈입니다.

우간다 사람들은 소주를 클럽이나 바에서 스트레이트 혹은 언더락 스타일로 마신다고 합니다. 밥이나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반주 문화는 없다고 하네요. 한류가 소개되면서, 최근 들어선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 식당에서 팔리고 있는 진로 소주.
우간다 수도 캄팔라 식당에서 팔리고 있는 진로 소주.

그야말로 이역만리인 우간다에서 소주 영업을 하는 분의 얘기도 들어 봤습니다. (외계인에게도 소주를 팔 수 있을 것 같은 분이었습니다.) 우간다 사람들은 이메일을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영업은 식당이나 술집에 직접 찾아가서 한다고 합니다. 전화를 걸고 방문해 식당ㆍ술집 책임자가 만나줄 때까지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 식이지요. 우간다에는 소주는 물론이고 한국이라는 나라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증류주(Spirit)’라고 홍보하면 조금씩 관심을 보인다고 하네요. 최근 들어 소주에 흠뻑 빠진 한 일식당 사장은 술 진열장을 온통 소주로 채우기도 했답니다.

*** 이 글을 쓰면서 제가 대가(?)를 받거나 한 일은 없었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소주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출장 중에 만난 소주가 반가워 호기심이 발동했을 뿐입니다.

캄팔라(우간다) =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우간다 TV의 소주 광고.
우간다 TV의 소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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