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을 하다 보면 화장실의 이름이 나라마다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영어권 문화에서도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은 조심스럽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 지역에서는 웬만한 화장실을 bathroom이라 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동안 영국에서는 bathroom이라는 용어를 거부하고 toilet이라 불렀고 반대로 인도에서는 toilet을 찾으며 bathroom이라고 묻기도 했다. Lavatory는 영국에서도 이제 고전 용어가 되었는데 요즘에는 비행기 화장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영국에서 bathroom은 글자 그대로 욕실 딸린 화장실에 국한되고 북미 사람이 영국에서 bathroom이라고 말해도 거부감이 줄어 들었다.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화장실을 미국에서 half-bathroom이라 부르는 반면 영국에서는 WC(Water-closet)라고 부른다. 이를 종합하면 공공 화장실은 restroom이나 washroom이라 부르고 bathroom은 거의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 washroom은 캐나다에서 쓰이는 말로 미국 버전은 restroom이다. 일단 집밖에서는 restroom을 찾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떤 말이 가장 점잖을까? Bathroom - restroom - toilet 순으로 많이 쓰이고 WC 표현은 듣기 힘들다. 영국에서는 가끔 lavatory 나 줄임형 lav을 사용하는데 이는 라틴어로 ‘씻는 곳’이라는 의미이고 bog, loo, privy 등의 은어도 있다. privy는 그야말로 고전어가 되었다. 따라서 영국에서 우아하게 질문하기 위해 ‘Excuse me, where can I wash my hands?’라고 물으면 근처의 수도꼭지 있는 곳을 가리켜 줄지도 모르니 공공장소나 야외에서는 ‘Where's the toilet?’ ‘Where is the restroom?’처럼 묻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캐나다에서 가정용은 bathroom이 대부분이고 어쩌다 washroom을 사용하는데 공공 화장실은 항상 washroom이라 부른다. 영국 영어권인 호주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public toilet’ ‘public lavatory’가 쓰이고 구어체에서는 ‘public loo’도 쓰인다. 남아공에서는 toilet이나 restroom이 가장 흔한데 주의할 점은 bathroom은 샤워나 욕조 시설이 있는 곳을 지칭하고 washroom은 손을 씻을 수 있는 곳을 가리킨다. restroom은 글자 그대로 잠시 쉴 수 있는 곳이지 화장실이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화장실을 ‘편한 곳’이라는 뜻으로 Comfort Room 혹은 줄여서 C.R.로 적기도 한다. 비영어권의 유럽에서는 나라별로 toilet을 자국어 버전으로 부르고 WC도 쓴다. 독일이나 동유럽에 가면 OO(zero zero)로 표기한 안내판이 있는데 ‘공중 화장실’이라는 뜻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이 화장실이 toilet(변소)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영국 문화권에서는 화장실에 웬 욕실 얘기가 나오냐고 반문한다. 따라서 문화마다 명칭이 다른 화장실은 restroom, washroom, toilet을 염두에 두고 현지에 맞게 구별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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