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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박물관은 루브르 아닌 면세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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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박물관은 루브르 아닌 면세 창고?

입력
2016.05.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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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물뱀2' . 2차 대전 중 사라졌던 이 작품은 이후 상속자에게 돌아갔지만 러시아 부호에게 팔린 후 흔적이 사라졌다.
클림트의 '물뱀2' . 2차 대전 중 사라졌던 이 작품은 이후 상속자에게 돌아갔지만 러시아 부호에게 팔린 후 흔적이 사라졌다.

수집가들이 재산 숨기려 악용

피카소 명작 등 수백만 점 보관

전 세계 면세지역에 설치된 컨테이너 창고들 속에 세계적인 미술품 수백만 점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면세 창고에 물건을 보관할 경우 관세 면제는 물론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점을 악용하려는 미술계 큰 손들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고대 로마시대 보물부터 1,000여 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명작들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미술품들이 스위스, 싱가포르, 모나코, 룩셈부르크 등의 면세창고들에 보관된 채 빛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종종 밀수나 돈세탁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는 면세창고들이 재산을 숨기려는 수집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미술품 보관을 위한 면세창고 4곳이 성업중인 스위스 제네바에만 120만 개의 작품이 감춰져있을 정도이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뉴욕 경매에서 5,000만 달러짜리 미술 작품을 구입할 경우 당장 소비세로 440만 달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곧바로 해외 면세창고에 보낼 경우 사실상 징세가 불가능해 수집가는 큰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미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많은 부호에게 미술 작품은 예술이 아닌 자산목록으로 여겨지고 있다”라며 “면세창고를 이용하는 방법은 이 바닥의 상식이 된 지 오래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시장에 나오자마자 창고로 사라지거나 이후 다행히 박물관 등에 의해 회수된 작품들 가운데엔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재클린의 자화상’, 클림트의 ‘물뱀2’등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장 룩스 마르티네스 루브르 박물관장은 면세 창고를 ‘아무도 볼 수 없는 최고의 박물관’으로 비유하면서 “미술품은 전시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앤 헤일러 브로드 박물관 관장도 “예술품을 지적인 뇌사 상태로 밀어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돈으로 구입한 미술품은 개인 재산인 만큼 비난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신의 작품이 면세창고에 보관된 화가 줄리아 와첼은 “자산가들이 작품을 숨겨놓을 곳이 있어야 미술품 거래가 일어나고 화가가 먹고 산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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