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 물감의 납 함유량, 위작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작품번호ㆍ서명 등 정밀 실사서 필체 차이 확인
경찰이 2일 그동안 위조 의혹이 제기됐던 이우환 화백의 일부 작품을 위작으로 결론 내린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과학감정’ 소견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경찰에 따르면 물감의 원소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진품의 경우 납 함유량이 위작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진품에 있었던 아연은 위작에서는 아예 발견되지 않았다. 작품번호 및 서명 구성ㆍ간격도 디지털 방식으로 정밀 실사해보니 필체에서 차이가 났다. 김종수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은 “위작 감정에서 가장 중요한 물감 성분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위작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2월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민간 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평원 등 3개 민간기관에 맡겨 실시한 ‘안목감정’ 결과에서도 같은 의견을 받았다. 경찰은 위작 논란이 제기된 그림 13점 중 뒤늦게 입수한 1점을 제외하고 12점에 대해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이 화백의 작품은 주로 1970년대에 제작됐으나 가짜 그림에서는 80년대에 생산된 타카(고정침)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인위적으로 캔버스와 나무틀에 덧칠한 흔적이 발견됐고, 그림 표면의 질감 및 화면 구도, 점ㆍ선 방향 등도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위조책들이 정밀감정을 피하고 옛날 작품처럼 보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지만 과학 수사로 위작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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