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로 수도권 대기질을 파리와 도쿄, 런던 수준으로 개선하겠습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청사진은 분명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경유차를 지목했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경유차 감축 정책이었던 경유값 인상 등은 대책에서 빠졌다. 지난달 10일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환경부가 추진했다가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서민 경제 타격이 온다”며 질타하는 바람에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환경부가 과연 10년 내 대기질을 유럽 수준으로 개선하는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환경 정책이 경제 논리에 발목 잡힌 사례는 또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교훈으로 지난해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화학업계의 반발에 밀려 신규 화학물질을 수입하거나 제조할 때 유통량이 연간 1톤 미만인 경우 독성시험자료 등 제출을 생략하며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지난해 신규 화학물질의 99%가 1톤 미만으로 등록되는 실정이지만 ‘기업들의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전가의 보도에 환경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157개국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해를 막자”며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다. 2012년 기준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지만 아직 배출량 감축량 의무를 지지 않는다. 온실가스 저감 대책 역시 국내 산업계 반발로 목표 설정-후퇴를 거듭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차량 운행을 줄이고, 공장과 발전소 굴뚝에 많은 비용을 들여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등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정책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다면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모범사례로 든 유럽의 도시, 파리와 런던이라고 해서 아무런 노력 없이 좋은 대기질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편서풍 영향으로 주변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거나 “세계 3위의 높은 인구밀도 탓에 단위 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변명은 그만 할 때다. 삶의 질을 고민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경제성장을 어디까지 양보하고 삶의 질을 어디까지 확보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절실하다.
장재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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