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부실감사를 한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하는 모양이다. 기업의 부실이 깊어가는 데도 회계법인이 경고음을 내는 등 본연의 ‘감시견’ 역할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사고 회계법인에 대해 철저하게 감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참에 기업의 부실이 명백하고 존속이 불투명한 데도 ‘적정’ 의견을 쏟아낸 회계법인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법 개정 문제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조선ㆍ해양 업종 분야에서 드러난 부실감사는 상식 선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대우조선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4,000억원 이상 흑자를 낸 것으로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그런데 실제로 엄청난 적자가 났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이 회사 외부감사를 담당한 안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안진은 올해 3월 뒤늦게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고, 두 해 동안 각각 7,000억원 이상 적자가 난 것으로 수정됐다. 무려 2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다. 또 삼일과 한영은 올해 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해 ‘존속 가능’ 의견을 냈지만, 이들 기업은 모두 법정관리의 문턱에 와 있다.
특히 삼일의 안경태 회장은 한진해운 실사 중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전화통화를 했고,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주식을 팔아 치웠다. 모럴해저드의 극치다. 그러고도 삼일은 현대중공업 실사를 맡았다. STX조선해양을 부실 감사한 혐의로 제재를 받은 삼정도 삼성중공업의 실사를 하고 있다. 감사를 맡아 ‘적정’ 의견을 낸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는데도 이 회계법인은 아무런 책임 없다는 듯이 또 같은 업종의 구조조정 관련 실사를 맡는 것이다. 이처럼 회계법인의 일탈은 광범위하다. 오죽하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제경쟁력 평가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 항목에서 우리가 61개국 중 꼴찌를 했겠는가.
부실감사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의 징계가 솜방망이이기 때문이다. 4만여명이 1조3,000억원의 피해를 본 동양 사태에서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사 9명의 징계 중 가장 강력한 것이 고작 ‘직무정지 6개월’이었다. 또 수조원대 분식회계가 발생해도 회계법인이 받는 징계는 해당 기업 감사업무 제한 같은 경미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관련법을 개정해서 부실감사를 한 회계사를 강력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회계법인에 공동 책임을 묻는 것도 필수다. 기업 부실을 눈감아주면 치료 시기를 놓쳐 국가경제가 치명상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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