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대의원 수 매직넘버 달성”
국무장관 등 ‘준비된 후보’ 강점
8년간의 재수 끝 백악관 문앞에
곧 대선 경선 승리 공식 선언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이어질 듯
흑인 청년 등 2030 결집 전망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사실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2월1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로 경선을 시작한 이래 127일만이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가 된 클린턴 전 장관은 올 11월 대선에서 여러 측면에서 상극 관계인 도널드 트럼프와 맞붙게 됐다.
AP통신과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저녁 클린턴 전 장관이 확보한 대의원 수가 ‘매직넘버’(2,383명)를 넘어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후보 확정은 캘리포니아 등 6개 주에서의 경선이 마무리되는 7일 오후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 언론이 ‘슈퍼 대의원’ 성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매직넘버를 넘어선 사실이 확인됐다.
클린턴 전 장관의 도전은 미국 최초 여성 대선 후보라는 점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 역사상 첫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퍼스트레이디에 이어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까지 거치며 미국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자리잡은 클린턴 전 장관은 이제 8년간의 재수 끝에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를 넘보게 됐다.
클린턴 전 장관의 가장 큰 강점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이다. 주류 정치인으로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특히 오바마의 대내ㆍ외 정책을 계승할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외교ㆍ안보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맞서 개입주의로 미국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후보 확정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경선승리 선언은 예정대로 7일 저녁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민주당 텃밭이자 가장 많은 대의원이 배정된 캘리포니아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클린턴 진영이 승리 선언을 내놓는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민주당은 본선 승리를 위한 세 결집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 선언과 동시에 클린턴 전 장관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 지원 활동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공보담당관도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운동에서 많은 시간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오래 전부터 보여왔다”며 “우리는 대통령을 어떻게 선거 캠페인에서 활용할 것인가를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정지지율 50%를 웃도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지지를 선언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박빙 상태인 클린턴 전 장관에게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샌더스 의원의 핵심 지지계층인 20~30대 유권자 상당수가 클린턴 지지에 미온적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나선다면 마음을 돌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했던 미시간, 미네소타, 위스콘신 주를 포함한 중서부 대도시 주변 중도층 공략에서 ‘오바마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클린턴에 냉담한 흑인 청년층도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력이 발휘될 수 있는 지대로 꼽힌다.
물론 민주당이 클린턴 전 장관 중심으로 집결할지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샌더스 진영이 경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샌더스 캠프의 마이클 브릭스 대변인은 AP통신 보도 직후, “언론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게 유감스럽다”며 “다음 달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슈퍼대의원 수를 집계하거나 후보 지명을 확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또 “샌더스 후보는 ‘트럼프를 상대할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점을 들어 슈퍼 대의원들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가도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최대 약점으로 떠오른 ‘이메일 스캔들’의 파괴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는 연방수사국(FBI)의 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나 클린턴 전 장관이 기소라도 된다면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상당 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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