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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캠핑용품, 공유센터서 2000원에 빌렸어요”

입력
2016.06.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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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례 해외서도 관심

세계 최초로 市 차원서 실행

어르신ㆍ청년 한지붕 주거 공유

재능과 물품 공유 e-품앗이

승용차 공동이용 나눔카 등

51개 사업서 공유경제 육성

8일 오후 서울은평공유센터에 마련된 목공 수업에 참여한 시민이 합판을 자르고 있다.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아 4층 규모로 지난해 5월 문을 연 서울은평공유센터는 건물 전체가 물품과 지식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전국 최초의 공유경제 특화공간이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8일 오후 서울은평공유센터에 마련된 목공 수업에 참여한 시민이 합판을 자르고 있다.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아 4층 규모로 지난해 5월 문을 연 서울은평공유센터는 건물 전체가 물품과 지식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전국 최초의 공유경제 특화공간이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2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을 ‘공유도시’로 선언하고 선제적으로 공유경제 정책을 공공 부문에 도입했다. 자원 공유를 통해 주차장 부족, 환경오염, 과잉소비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이다. 서구에서 시민단체와 기업 중심으로 움직인 것과 달리, 서울시는 세계 최초로 공공차원의 공유사업 모델을 채택했다. 공유경제가 물건, 공간은 물론 시간과 재능의 개념으로 영역을 확대, 자원낭비를 막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시는 승용차 공동이용, 공공자전거, 주차장 공유, 무료 와이파이, 도시민박 활성화, 휴먼 라이브러리 등 총 51개 사업분야에 대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각 사업들마다 지정 기업과 단체를 지정해 운영해나가면서 공유경제 육성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로 은평공유센터를 꼽는다. 이 곳은 서울시가 공유 단체ㆍ기업으로 지정한곳으로 4년 전부터 시가 ‘공유서울’ 정책을 야심 차게 추진한 결과다.

8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은평공유센터 1층 ‘물품공유공간’을 찾았다. 115㎡의 공간에 텐트, 매트, 침낭, 취사도구 등 캠핑용품들로 가득했다. 대체로 한 두 번 쓰고 창고 속에 담아두는 경우가 많은 물건들이다. 캠핑용품을 대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주민 재갈찬(36)씨는 “캠핑용품이 비싸기도 하고, 좋은 물건을 사도 몇 번 이용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필요할 때마다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라면서 “집 근처라 빌리기도 편하고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물품을 구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가 1박 2일 동안 6만원 상당의 매트와 램프를 대여하는 데 든 비용은 단돈 2,000원. 판매가의 3%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구매했을 때 가격 대비는 물론이고 원가의 10% 수준인 민간대여업체의 대여료보다도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은평공유센터는 물품 공유부터 공간 공유까지 공유경제를 위해 특화된 곳이다. 2013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돼 시비 12억 원이 투입돼 지난해 5월 4층짜리 건물을 마련했다. 차해옥 센터장은 “물건과 재능을 함께 나누는 공유 개념을 도입해 주민들 스스로 공유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다”라면서 “전체 건물이 공유 활동을 위해 이용되는 곳으로는 전국 최초”라고 설명했다.

1층이 물건을 나눠 쓸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라면, 2층은 ‘지식공유 공간’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기도 하고, 피아노 강습, 퀼트 등 주민들의 재능기부 공간으로도 쓰인다. 3층 ‘디아이와이(DIY) 목공방’에는 개인이 구매하기 힘든 고가의 목공기계를 갖춰 주민들이 가구를 직접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도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 사업은 빈 방이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과 자취방이 필요한 대학생을 연결하는 주거공유 프로그램이다. 임대료는 시세의 50% 수준이다. 현재 서울 68가구에 학생 88명이 거주 중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청년은 어르신의 말 벗이 되고, 어르신은 장보기나 청소 등 소소한 도움을 받고, 적적함을 덜 수 있다”면서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차가 필요할 때 근처의 공유 자동차를 빌려 이용하는 나눔카 사업도 활발하다. 서울시는 나눔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업인 ‘그린카’ ‘쏘카’ 등을 서울시 공식 사업자로 선정해 카셰어링을 추진중인데 사업이 3년째에 접어들면서 정상궤도에 올랐다. 현재 서울시내 1,304개 주차장에서 차량 3,377대를 운영하고, 공영주차장 50% 할인 혜택도 준다.

재능ㆍ물품 공유 공동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역 내에서 통용되는 공동화폐 ‘문’을 통해 지역 주민의 물품과 재능을 공유하는 ‘서울 e-품앗이’가 대표적이다. 상부상조 전통인 품앗이 제도를 확장해 다자간 품앗이 제도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은평 e-품앗이의 경우 벌써 2,500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장형선 은평 e-품앗이 대표는 “서로의 재능을 이용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자연스럽게 이웃공동체 문화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공유경제 사례는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유경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도시 차원에서 공유경제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한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의 정책은 지난달 18~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위셰어 페스티벌(OuiShare Fest in Paris)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공유 사회 기반 조성이 목표인 시민단체 위셰어가 2013년부터 개최해 온 위셰어 페스티벌은 공유경제 관련 사업가와 운동가, 연구자 등 3,000여명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 참가한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공유경제의 역사를 다룬 한 세션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요 인물로 언급되고, 노인과 대학생이 주거를 공유하는 서울시의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이 다뤄진 세션도 있었다”면서 “서울의 공유 정책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오히려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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