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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보혁 갈등으로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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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보혁 갈등으로 번지다

입력
2016.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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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 도심서 퍼레이드

동성애 반대 일부 기독교단체, 보수단체 동참 맞불 집회 예고

이념 갈등의 장으로 왜곡 우려

주최 측도 법적 대응 방침 밝혀

성소수자단체 회원들이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소수자 혐오와 폭력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성소수자축제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등은 이날 ‘2014 퀴어퍼레이드에’를 방해한 어버이연합 등과 보수단체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성소수자단체 회원들이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소수자 혐오와 폭력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성소수자축제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등은 이날 ‘2014 퀴어퍼레이드에’를 방해한 어버이연합 등과 보수단체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국내 성소수자들의 최대 행사로 불리는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올해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들뿐 아니라 보수단체까지 나서 축제 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선 주최 측 역시 행사를 방해해 온 일부 단체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성소수자 문제가 진보ㆍ보수 간 이념 논쟁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경찰과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퀴어(Queer) 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행사는 11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개막해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당일 서울광장에는 각종 이벤트 부스가 설치되고 별도로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도 펼쳐진다.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 등 14개국 대사관들도 부스를 설치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활동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오후4시30분부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행진이 예정돼 있다. 모든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와 퇴계로, 한국은행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2.9㎞ 코스의 ‘퀴어 퍼레이드’다. 경찰에 신고된 참가 규모는 1만명 정도지만 주최 측은 지난해(3만명)보다 많은 최대 5만명을 자신하고 있다.

특정 정치적 요구를 내건 집회ㆍ시위가 아닌데도 경찰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2000년 행사가 처음 열린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동성애 확산을 우려한 단체들의 반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 당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적 종교단체들은 행사장 인근에서 ‘서울광장 동성애축제 반대 국민대회’란 이름으로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경찰은 20여개 중대, 2,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축제 자체는 정치적 성향을 띄지 않아 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도 “행사가 양측간 몸싸움으로 변질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퀴어축제를 이념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논의 역시 엉뚱하게 보혁 갈등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동성애 행사에도 거부감이 있지만 축제 지지도 모자라 장소까지 내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 반감이 훨씬 커 맞불집회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과거 성소수자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념 갈등의 소재로 삼았다. 이들은 2014년 6월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행진을 방해했고, 앞서 2010년에는 군 형법이 규정한 ‘동성애 처벌법’에 위헌 의견을 낸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 퀴어축제 주최 측이 2년이나 지난 2014년 사건을 문제 삼아 어버이연합 등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성소수자 문제는 법의 심판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소수자 이슈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따지는 다양성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퀴어축제를 보수ㆍ진보 진영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일부 세력의 시도는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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