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성공하면서 회생에 파란 불이 켜졌다. 10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앞으로 3년 반 동안 외국 선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가운데 5,300억원 가량을 줄였다. 이는 당초 정한 용선료 절감 목표치인 28.4%에는 못 미치는 21.2% 수준이지만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는 볼 수 있다.
현대상선의 경영위기는 시세보다 비싼 용선료가 커다란 요인이었다. 현대상선 선박 116척 중 용선이 84척이다. 2008년을 전후한, 해운업이 호황이던 시절에 빌린 배들이어서 현 시세에 비해 30~40% 가량 용선료가 높다. 이 용선료는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와 함께 현대상선을 유동성 위기로 몰았다. 지난해 기준 현대상선은 매출액이 5조7,686억원에 달했으나 용선료가 9,758억원에 이르렀고, 2,5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도 1조5,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진 마당이었다.
현대상선은 이번 용선료 협상 타결로 적자 폭을 적잖이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700%대로 떨어뜨렸고 용선료 조정 및 7,000억원의 출자전환까지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내려간다. 그 상태로 현대그룹의 품을 떠나 국영 선사로 전환된다. 이 경우 정부의 ‘선박 펀드’ 지원 조건을 충족, 초대형ㆍ고효율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한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해운동맹 가입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3일 출범한 ‘THE 얼라이언스’참여가 보류된 바 있다. 내년 4월 3대 동맹 체제(2M, 오션, THE)로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해야만 안정적 수익 확보를 기약할 수 있다. THE 얼라이언스 입장에서도 배 한 척이 아쉬운 상황이어서 합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해운동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망선고 수준의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현대상선과 금융당국 모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용선료 협상과 채권단 지원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다지만 현대상선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해운 경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크게 호전되지 않으리란 전망이 무성하다.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로 근근이 목숨만 이어가서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 운항선박 구조개편 등 구조조정과 함께 기름을 적게 먹는 초대형 ‘에코십’ 도입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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