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듀폰, 섬유→농업 완전 탈바꿈
폭스바겐, 임금 삭감과 고용 보장
日 JAL, 과감한 체질개선 덕 재활
2004년 미국 듀폰은 나일론과 라이크라(스판덱스)를 버렸다. 회사의 핵심인 섬유사업 부문을 떼 코흐 인터스트리에 매각한 것. 1938년 ‘기적의 섬유’ 나일론을 발명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떠오른 듀폰으로서는 회사의 심장을 남의 손에 넘긴 셈이다.
본업을 포기한 듀폰의 과감한 구조개혁은 이미 6년 전부터 추진됐다. 창사 200주년(2002년)을 대비하기 위해 1998년 전세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 포럼에서, 식량산업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구 급증에 따라 식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돈 되는 사업이 될 거란 전망이었다. 반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섬유산업은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분야였다.
듀폰은 이듬 해 석유회사 코노코를 팔고 그 돈으로 종자회사 파이오니어를 인수했다. 5년 뒤엔 주력인 섬유사업마저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듀폰의 선택은 옳았다. 지난해 듀폰 매출 251억달러 중 39%인 98억달러가 농업부문에서 나왔다. 영양ㆍ건강사업 부문 매출(13%)을 감안했을 때, 듀폰은 이제 완전히 농업생명회사로 탈바꿈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처음 100년은 화학제조업체, 다음 100년은 소재기업이었던 듀폰이 다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정체성을 완벽히 변화시킨 셈이다.
듀폰이 뱀 허물 벗듯 변신을 거듭한 사례라면, 유럽 최대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은 상생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경영난을 극복한 경우다. 90년대 초 폭스바겐은 일본차에 밀려 어려움을 겪으며 93년 19억4,000만마르크(당시 환율 기준 9.07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회사는 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노동조합은 해고 대신 근로시간 20% 단축안을 받아들여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했다. 회사측은 고용을 보장했고, 해외에 공장을 짓는 대신 독일 내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영업이익률은 93년 -8.7%에서 98년 1.7%로 개선됐다.
일본항공(JAL)은 과감한 리더십을 통해 사풍(社風)을 뿌리부터 개혁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일본 정부는 JAL이 2010년 1월 파산하자, 총리가 직접 나서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이나모리는 안일한 기업문화를 깨기 위해 노선별 독립채산제를 도입, 매월 수익을 공개하는 ‘장막제거 전략’을 썼다. 안전부문이나 조종사 노조 등 성역처럼 여겨지던 부분에도 손을 대, 인력ㆍ급여 조정에 성공했다. 이런 체질개선 끝에 JAL은 파산 2년만인 2012년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다시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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