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가 미국 성 소수자 공동체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 범인이 ‘성 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맞춰 동성애자들의 안식처로 인식된 게이 바를 정조준 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올랜도 참사로 미국 내 성 소수자들이 슬픔과 공포에 동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은 동성애자를 타깃으로 한 범죄사건 중에서도 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1973년 6월 뉴올리언스 게이 바 업스테어 라운지에서 32명을 희생시킨 방화 사건이 있었으나 피해 규모와 공격 수단에서 비교할 바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랜도 참사의 가장 슬픈 점은 동성애자들의 피난처였던 게이 바가 죽음의 공간으로 뒤바뀌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충격에 빠진 성 소수자 공동체는 지역 특성, 대선 분위기 등에서 참사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플로렌스의 동성애 인권 활동가 벤자민 뉴번은 “(이번 공격은) 미국 최남부 지역에서 성 소수자로 살아가는 불안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며 지역 변화를 촉구했다. NYT는 특히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미국 내 분열 양상이 커져 성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움직임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교황청은 사고 직후 성명을 내 “살인의 어리석음과 분별없는 증오심의 표출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우리 모두는 공포와 규탄의 마음을 갖게 된다”며 테러 사건을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연대 의지를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벨기에의 샤를 미셀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이 범죄 비난, 희생자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각지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철야 추모행사가 열렸다. 뉴욕에서는 미국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발상지인 그리니치 빌리지의 게이바 ‘스톤월 인’에 성 소수자와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들어 혐오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인근의 게이스트리트에서는 사건 전날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열린 데 이어 밤새도록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