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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벽 클럽 음악에 묻힌 총성…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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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벽 클럽 음악에 묻힌 총성…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

입력
2016.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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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격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부퉁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올란도=AP 연합뉴스
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격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부퉁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올란도=AP 연합뉴스

“갑자기 ‘팟 팟 팟’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악 소리를 줄이고 보니 클럽 안에서 누군가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총기 난사 현장인 동성애자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음악을 틀고 있던 DJ 레이 리베라는 “처음에는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손님들이 상황을 깨닫고 몰려 나가며 내부는 아비규환이 됐다. 내부에는 시체가 가득했다”고 생생했던 공포의 순간을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범인 오마르 마틴(29)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현장에서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53명이 부상하는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 주말 밤이라 클럽을 찾은 인원이 많았고, 음악 소리가 컸던 데다, 총기 사용이 능숙했던 범인이 대량 살상이 가능한 반자동 소총을 사용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초기 조사에 따르면 마틴은 오전 2시 클럽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곧장 반자동 소총 AR-15와 권총 한자루, 대량의 탄약을 들고 클럽 정문으로 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옆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이 컸던 탓에 피해자들은 즉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로지 페바는 “그의 손에 들린 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음향 효과인 줄 알았다”며 “한 남성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다음 밖으로 달아났다”고 현지 매체 올랜도 센티넬에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320여명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포에 빠진 사람들은 입구로 몰려나갔다. 사건 당시 출입구 주변에 있던 크리스토퍼 핸슨은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총격을 피하기 위해 정신 없이 지그재그로 기어나갔다. 마치 공포 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직원 휴게실에 숨어있다가 도망친 클럽 직원 조슈아 맥길은 “클럽을 빠져 나와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망칠 때까지 총성이 들렸다”며 “자동차 밑에 숨어 있었는데 피를 흘리며 비틀비틀 도망가는 이들을 봤다”고 전했다. 마틴은 범행을 벌이는 와중에 911에 전화를 걸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존 미나 올랜도 경찰국장에 따르면 마틴은 911 위기협상팀과 통화하는 동안 “냉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경찰은 마틴이 펄스에서 한차례 여러 희생자를 죽인 다음 화장실로 숨어 4,5명의 인질로 바리케이드를 친 후 911에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화장실에 있던 이들은 결국 마틴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유족인 미나 저스티스는 “아들로부터 ‘화장실에 다른 손님과 숨어 있다.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곧바로 ‘그가 온다’ ‘우리를 발견했다’는 문자가 왔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플로리다주 경찰은 오전 5시쯤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진압 작전을 개시했다. 특수기동대(SWAT)는 범인의 주의를 끌기 위해 폭탄을 터트린 후 무장 차량으로 건물 벽을 허물어 입구를 만들었다. 내부로 진입한 경찰 9명은 총격전 끝에 마틴을 사살하고 인질 30여명을 구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의 한 인질로부터 주변에 15명과 함께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마틴이 추가 사살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기 때문에 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색 결과, 사망자 49명 중 39명이 클럽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는 클럽 밖 거리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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