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은 폭음 다음날 본능적으로 숙취해소음료를 찾는다. 술에 포함된 에틸알코올이 혈액이나 간에서 분해될 때 생성된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해독되지 않고 혈액에 쌓여 발생한 숙취를 없애기 위해서다.
숙취가 생기면 몸이 괴롭다. 속쓰림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두통 근육통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숙취로 고생할 때는 “오늘은 정말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라고 각오를 다진다. 물론 숙취가 끝나면 술 약속 잡기 바쁘지만 말이다.
숙취해소에 도움 준다는 숙취해소음료가 효과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그나마 효과를 보려면 술 마시기 전에 숙취해소음료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최환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숙취해소음료는 의약품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임상시험이 없지만 동물실험에서 음주 전에 마셔야 알코올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데 도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숙취해소음료를 음주 전에 마셔도 그냥 술을 마셨을 때와 혈중 알코올 농도 차가 별로 없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과장은 “병원에서 시험한 결과, 소주와 숙취해소음료를 마신 사람과 소주와 물을 마신 사람의 알코올 분해 속도가 비슷했다”면서 “숙취해소음료에 포함된 수분 미네랄 당분도 대사를 촉진해 다소 도움되지만 숙취해소음료를 맹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의사들의 의견도 같았다. 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는 “숙취해소음료를 마셔야 한다면 음주 전에 마실 것을 권한다”면서 “맥주는 2~3잔, 소주는 1병 이내로 마셔야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숙취해소음료 성분을 보면 헛개나무 밀크시슬 아스파라긴산 등 간기능을 개선하는 재료가 대부분”이라면서 “숙취해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음주 전에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숙취해소음료는 ‘숙취예방음료’로 불리는 것이 맞다”면서 “이미 숙취증상이 나타난 후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같다”고 꼬집었다.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숙취해소음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음주 후 숙취해소음료를 마시고 토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이런 사람은 위장기능이 떨어져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돼 구토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이 숙취해소에 가장 좋다. 전 과장은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독소가 오줌과 변으로 배출돼 숙취해소에 도움된다”면서 “미네랄이 풍부한 생수를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술자리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이 한꺼번에 흡수되지 않아 숙취가 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한 원장은 “술 종류와 상관없이 1:1비율로 물을 마시고 독주는 물을 더 마시면 좋다”면서 “음주 후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느니 차라리 꿀물 한잔 마시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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