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12일(현지시간) 올랜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해외 테러 조직으로부터 잠재적인 영감을 얻어 ‘급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틴이 IS의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코미 국장은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건 수사상황에 대한 보고를 마친 뒤 샐리 예이츠 법무차관과 함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FBI는 범인이 급진화됐을 가능성을 매우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 총격테러 범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도 ‘급진화’라는 표현이 쓰인 바 있다. 이는 테러조직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기보다, 영감을 얻어 스스로 급진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코미 국장은 "범인이 기존 극단주의 조직의 일부이거나 그 같은 조직이 어떤 영감을 줬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우리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을 다 강구해 이 같은 테러가 발생하게 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미 국장은 특히 범인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다른 공범이 개입돼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사생활을 캐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FBI는 휴대폰 등 범인의 전자기기를 특별히 주의 깊게 조사할 방침이다.
코미 국장은 그러면서 “범인이 911에 3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원과 대화했다”며 “그가 통화 중 한차례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을 서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틴이 통화에서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범들과의 연대를 주장했다”며 “알 누스라 전선(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을 위해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하고 사망한 플로리다주 출신 미국인과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코미 국장은 그러나 “보스턴마라톤 테러범들과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한 미국인은 IS로부터 영감을 받지 않았다”며 “그래서 범인의 범행동기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미 국장은 또 “게이에 대한 반감이 범행의 동기가 됐는지도 파악 중”이라며 “왜냐하면 성적 소수자(LGBT)를 인정하고 축하하는 달에 발생한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FBI가 두 차례나 마틴을 조사하고도 테러 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대해 “범인은 당시 FBI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에는 알 카에다와 가족 인연이 있고 IS와는 숙적관계인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의 멤버라고 주장했다”고 해명했다. FBI 마이애미 현장사무소는 당시 지방법원에서 계약직 경비원으로 일하던 범인이 테러와 관련된 선동적 발언을 자주해 잠재적 테러리스트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고 그는 전했다. 범인은 당시 주변에 “미국 당국이 내 아파트를 습격해 부인과 아이를 공격하면 나는 스스로 순교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 국장은 범인이 범행당시 폭탄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