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쿠바, 이란이 개방을 택한 이유
알림

[아침을 열며] 쿠바, 이란이 개방을 택한 이유

입력
2016.06.14 14:41
0 0

올해 쿠바와 이란을 방문한 것은 행운이었다. 오랫동안 바깥 세계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세계와 단절되어 있었기에 당연히 우리나라와도 관계가 쉽지 않은 나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두 나라가 거의 같은 시기에 외부세계에 문을 열기로 결정한 것 또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외부세계에 닫혀 있던 나라들을 방문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 특히 플로리다 마이애미와 지척에 놓여 있으면서도 미국과 직항이 없는 쿠바를 가기 위해서는 훨씬 북쪽의 캐나다 토론토를 거치거나 아니면 유럽 도시들을 거쳐서 돌아가는 루트를 택해야 한다. 연결편도 원활하지 못하기에 그만큼 전체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이란을 방문하려면 서울과 테헤란 사이의 직항이 없으므로 대부분 두바이를 거치는 힘든 비행 편을 택해야 한다. 그보다 더 큰 고통은 미국 비자면제가 취소되어 다시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문 과정이 어려웠던 것을 불평하는 일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쿠바와 이란은 북한과 함께 공산 정권 혹은 이슬람 신정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국가들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고 방문과정 자체가 다소 위험한 것으로까지 여겨졌다. 가끔 TV에서 볼 수 있던 북한의 음험한 감시 분위기를 이 두 나라에서 경험할 것으로 생각한 것은 필자만일까.

그러나 이런 선입관은 완전히 깨졌다. 해외출장을 가면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항상 나서는 거리 산책 도중 어디에서도 필자를 불안하게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손을 흔들거나 눈인사를 하면 새벽 거리의 어느 누구나 반가운 웃음으로 맞아 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기 힘든 동양의 이방인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보다도 더 결정적으로 필자의 선입관을 깨뜨린 사건들은 따로 있었다. 쿠바 수도 아바나 거리에서는 종종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유료 와이파이를 활용하여 마이애미에 가 있는 친지, 가족들과 연락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무리 정권이 강압적으로 막으려 해도 쿠바 국민이 외부세계와 연결하고자 하는 열의는 꺾지 못한 것이다.

이란 방문 시 안내하는 버스 속에서 팔레비 시절에 유행하던 스타일의 대중가요를 들은 경우도 비슷한 경험이었다. 이 노래들을 CD로 만드는 곳은 이런 스타일의 가수들이 망명하여 활동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라고 한다. 당연히 금지곡들이지만 ‘공공장소에서 틀지 않으므로 무방하다’는 운전사와 가이드의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쿠바와 이란 두 나라 국민 모두 매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특성이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아도 그러했듯이 언제나 기회가 있으면 외부세계와 교류하려는 매우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쿠바와 이란이 차례대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물론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외교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 정권들이 거의 몰리다시피 개방을 결정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고통받던 국민의 개방에 대한 끊임없는 열의가 폐쇄적인 정권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정부도 끓어오르는 국민들의 개방에 대한 열의는 꺾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두 나라 국민의 개방에 대한 열기를 느낀 필자의 생각이 북한으로 향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과연 북한 주민들도 쿠바나 이란 국민들처럼 개방에 대한 열의를 보여 북한 정권의 태도를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길 또한 여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