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의 늑장 대응 도마 위에
“컬럼바인 교훈 있었나” 비난 봇물
미 올랜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12일 새벽 벌어진 테러 진압 당시 경찰이 지나치게 신중한 대응을 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시 오전 2시 첫 총격이 발생한 후 3시간이나 지나서야 특공대 진입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늑장대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진압 작전이 개시된 오전 5시까지 범인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고 곳곳에 폭발물이 설치되었을 가능성도 컸다”며 “하지만 경찰이 진압을 주저하는 동안 나이트클럽 안에서 이미 100여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진 만큼 늑장대응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전직 경찰특공대원인 크리스 그롤넥은 “모든 경찰은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보다 즉각 작전을 개시하는 게 훨씬 낫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숙지하고 있다”고 AP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제 경찰의 늑장대응으로 인질 13명이 희생된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협상가를 통한 설득보다 최대한 빨리 경찰력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인질극 매뉴얼을 새로 썼다. 하지만 12일 현장을 지휘한 경찰 지도부는 컬럼바인 사건의 교훈을 잊은 채 범인을 달래며 협상에 치중했고 결국 희생자가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오전 5시를 전후해 마틴이 전화로 폭발물을 언급하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화장실과 접한 건물 외벽을 폭탄으로 터트리고 진압에 돌입했다. 하지만 화력이 약해 벽을 뚫지 못했고, 급기야 중장비를 동원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 이 과정에서 격분한 범인이 인질들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져 미숙한 경찰의 대응이 더욱 비난을 받았다.
한편 이날 경찰이 공표한 사상자 102명 가운데 90%가 히스패닉계이며 사망자(49명) 절반 이상이 푸에르토리코계로 밝혀지면서 중남미 이민자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조이 콜론 미 히스패닉연맹 남동지부장은 “우리는 위기에 처해있음이 분명하다”라며 “이번 공격은 히스패닉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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