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이라크서 수세 몰린 이후
인터넷 통해 추종자 모집 세뇌
서방 현지서 테러 활동 부추겨
IS직접 연계 없어도 충성 맹세
극단주의자 경계 1순위 올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전략이 글로벌화하고 있다. IS 조직원들을 테러 대상국가에 침투시키거나 이들에게 테러 지령을 내리는 대신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서 추종세력을 모집해 세뇌한 다음 현지에서 테러를 부추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올랜도 총기테러에 대해 “자생적 극단주의에 따른 테러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뒤 “현재로서는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29)이 외국의 테러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더 큰 계획의 일부라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용의자인 마틴이 IS 조직원이었거나 IS의 지시를 받아 테러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코미 국장은 “용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얻은 (IS의) 극단주의 정보에 영향을 받아 급진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용의자가 범행 전 911에 세 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원과 대화했고 그 중 한차례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발생한 테러 중 용의자가 범행 전 IS에 충성을 맹세한 사례는 이번 올랜도 총기테러를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벌써 세 번이나 된다. 지난해 5월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무함마드 풍자만화 대회장 테러와 지난해 12월 로스엔젤레스의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등이다. 이들 용의자 모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IS에 충성한다는 맹세의 글을 남겼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라로시 아발라(25)로 알려진 남성이 IS에 충성맹세를 한 후 경찰관 부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IS와 직접 연계돼 있지 않던 용의자들이 돌연 IS에 충성을 맹세한 후 범행에 나서는 것에 대해 IS의 글로벌 테러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IS는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 공격에 수세에 몰린데다 파리 테러 이후 각국 첩보망의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어 직접 테러능력이 그만큼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추종세력을 포섭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관측이다.
실제 IS의 대변인 격인 아부 모하마드 알아드나니는 지난달 인터넷을 통한 메시지를 통해 “모든 (서방에 대한) 공격이 중요하다”며 “이곳(이라크ㆍ시리아)에서 우리가 벌이는 성전보다 그들의 땅(서방) 한가운데서 벌이는 작은 성전이 더 가치 있다”고 강조했다. IS 조직원이 아니더라도 서방을 향해 테러를 벌이면 지하드를 수행한 ‘칼리파 전사’이자 순교자로 인정하고 추앙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IS의 테러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IS에 충성맹세를 한 후 범행을 저지르면 IS는 이를 성전으로 포장해 손쉽게 체제선전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사전에 적발하기도 어려워 테러 성공률이 높다. 찰리 윈스터 조지아주립대 선임연구원은 “IS는 매우 영리하게 움직인다”며 “IS와 직접 연관이 없어도 테러 직전 또는 도중에 충성맹세만 하면 누구나 IS의 전사로 바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기자 chcho@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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