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 사건으로 기록된 올랜도 참사의 테러범 오마르 마틴(29)이 범행 현장인 게이 나이트클럽 ‘펄스’를 수년간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만남 애플리케이션(앱)도 직접 사용해왔다는 목격자 증언이 잇따르고 있어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마틴의 주변 인물 증언과 언론 보도를 토대로 마틴의 과거 게이 클럽 출입 기록을 조사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캐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언론과 수사 당국은 마틴이 남자끼리 입 맞추는 것에 분노했다던 마틴 아버지의 증언과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한 사실 등을 근거로 성 소수자를 향한 증오 범죄 또는 국외 테러 단체와 연계한 자생적 테러 쪽으로 수사의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마틴이 게이 클럽을 정기적으로 드나든 ‘면식범’이라는 정황이 속속 밝혀짐에 따라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펄스 방문이 범행을 위한 계획적 답사였는지, 자신의 욕구 분출을 위한 왕래였는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마틴을 펄스에서 자주 목격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지역 일간지 올랜도 센티널은 펄스에서 마틴을 본 적 있는 사람이 최소 4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마틴의 지인이라고 밝힌 타이 스미스는 올랜도 센티널과 인터뷰에서 “펄스에서 종종 술에 취해 큰소리를 지르고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마틴의 모습을 봤다”며 “마틴이 엄격한 아버지 탓에 집과 가족들이 있는 곳에선 술을 마실 수 없었다”고 전했다. 스미스의 파트너인 크리스 캘런도 캐나다 언론에 마틴이 최소 3년간 펄스를 출입했다면서 “이 클럽을 방문하는 이성애자도 있어 마틴의 성 정체성에 대해선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마틴이 게이 전용 만남 앱을 사용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펄스 고객 케빈 웨스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1년 전쯤 게이들을 위한 만남 앱 ‘잭디’를 통해 마틴을 만났고 왕래를 중단했다가 범행 한 시간 전인 12일 오전 1시쯤 마틴을 펄스 앞에서 만났다고 했다. 웨스트는 총격 사건 직후 마틴의 얼굴이 공개되자 인근 경찰서로 달려가 휴대전화와 게이 만남 앱 로그인 정보를 FBI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마틴이 게이라는 학교 동창과 지인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인디언 리버 지역대학의 동창이라는 한 남성은 마틴과 게이바를 함께 갔다며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을 뿐 그를 게이로 믿고 있다고 지역 신문 팜비치포스트에 말했다.
NPR방송은 마틴의 범행 동기가 안갯속에 파묻혔다면서 “그는 게이인지 양성애자인지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실히 밝히지 않은 사람이며, 다른 범행 동기를 지녔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여러 정황이 혼재한 상황이라 마틴이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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